오늘 아이와 빵집에 들러 케이크와 마카롱을 산 이유는 저녁에 '똥 파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딸은 어느새 태어난 지 51개월 차.
만으로는 4살 하고도 3개월이 지났고,
한국 나이로는 5살이 되었는데
대망의 2021년 7월 5일 월요일.
똥 기저귀를 탈출했다
축하한다 아가야!
다소 늦었다 싶을 수 있겠으나
그동안 타들어가던 엄한 내 똥줄은 뒤로 하고
오늘은
장장 2년의 배변 훈련 기간 동안
딸내미의 배려심과 인내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칭찬이나 해주고 싶다
아이가 18개월 때 우리 가족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들렀던 소아과 원장님이 하신 말
"18개월 됐으니 슬슬 배변 훈련 시작해 보세요~"
하지만 저것은 동그라미인가? 싶을 만큼
둥글둥글 아기 곰 같이 웅크린 작은 뒷모습을 보면서..
가뜩이나 말도 늦어 어버버 옹알이만 하는 이 녀석이..
너무나도 어리고 아기 같은데 "벌써 변기통을? 에이~" 하며 배변 훈련을 미뤄뒀었다
거기에는 조금 더디 커줬으면 하는 부모의 진심이 숨어 있었다
그 진심을 기가 막히게 캐치해 준 덕분에
정말 이렇게도 훌륭하게 더디 커 주어
두 돌이 지나서부터 시작된 배변 훈련은
바로 며칠 전, 네 돌 하고도 3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끝이 나게 되었다
우리 딸내미 배려심 보소~!
엄마, 아빠를 위하는 마음에 부모의 소원대로 더디 크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유치원에서 맨 꽁찌로
변기통을 세 개나 갖다 바치는 동안 기저귀를 참아낸 인내심도 같이 보소~!
쉬 한 번 해보자며 애는 변기에, 나는 그 앞에서 주저앉은 채
서로 안고 40분이 흘러 스르르 같이 잠들기도 했고,
기저귀에 응가를 싸고 나면, 아빠 먼저 찾으며
"똥맨~~~" 을 외치고
아빠는 행여 엉덩이살 무를까 즉각 출동하여
15킬로그램이나 되는 5살짜리를 안고 엉덩이를 씻길 수 있는
기회를 줬던 효녀 딸내미
"도대체 언제 기저귀를 뗄까..."
"새 변기를 하나 더 사볼까? 엉덩이가 불편한가"
엄마, 아빠의 대화를 끊임없이 유도해 주던 사랑의 오작교 딸내미
그러다 대망의 똥 마스터 데이, 이틀 전에는
자는 동안 똥을 싸
다시없을 추억을 선사해주는 것은 물론!
똥도 쌀 자리 보고 싸준 덕분에
다행히 밑에 깔아 놓은 전기장판 부분에서 지려 주어
매트리스를 깨끗하게 무사히 지켜낼 수 있게 해 줬으니
정말 기특 기특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필 친정집 엄마 침댄데^^
엄마 전기장판 하나 새 걸로 놔드리라고
나 역시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 고마움이 두배가 되었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비위도 있는 몸인지라
"자다가 똥까지...? 이건 좀 못 볼 꼴인데..." 싶던 다음날부터
기. 가. 막. 히. 게
거. 짓. 말. 처. 럼
변기에 앉아 변을 척척 봐주길 이틀째!
이건 본인의 의지로 그동안 참고 있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모를 위해 본인은 얼마나 오래 인내하며 이 순간을 기다렸을까
(응, 넌 기다린거야!)
고생했어, 딸아.
기저귀 차는 동안 정말 즐거웠단다
그 어떤 바지를 입어도 궁둥짝이 뽀올 록~
잘 뛰어봤자 뒤뚱뒤뚱하던 그 모습...
영원히 기억할게!!
기특한 내 딸 ^^
남은 기저귀는 엄마랑 아빠랑 다 불태워 버릴 예정이야
그때 눈에서 뭔가 흐르는 걸 본다면.. 그건 눈물이 아니라 눈이 매워서 나오는 물이란다.
오해하지 말고~
우리 이제 다른 기쁨을 찾아보자.
사랑해.
우리 가족 파이팅!! 야호~~~~~~~~~~
여러분, 저 이제 기저귀 안 사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