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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문 Aug 14. 2019

다낭의 랜드마크 '다낭행정센터'

베트남의 지속 가능 발전 현장을 찾아서

[사진]우리기업 무영건축이 설계한 다낭행정센터.

유명한 도시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명물이 있다. 명물로 인해 도시는 유명세를 탄다. 도시가 유명해지는 조건의 하나가 ‘명물 유무다’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천혜의 자연 혜택을 가졌거나, 선조들이 물려준 역사문화 유산이 풍부하거나, 땅에서 생산되는 특이한 먹거리나 물산이 있는 지역이라면 굳이 명물만들기에 나설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곳,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도시라면 한번 도전해볼 필요도 있다.

자연이 준 선물이 많고 물산이 풍부해도 누구에게 내놔도 보기 좋은 명물을 갖추었다면 그 도시는 금상첨화이다. 현대 도시는 지구촌과 연결되어 있다. 얼마나 많은 네트워크를 가졌는지, 세계 시민들에게 얼마나 개방적인지, 그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얼마나 자신을 가꾸었느냐에 따라 한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매개진다. 그런 점에서 도시를 대표하는 명물 하나쯤 만들어 두면 투자 대비 가성비가 높을지 모른다.

베트남 다낭에 1년 살 작정으로 왔다. 다낭에 왔으니, 다낭을 사랑하고, 다낭에서 만나고 보는 모든 것들과 친해지고 싶다. 다낭은 베트남의 중부지역에 위치한 세계적인 관광휴양도시이다. 다낭에 가면 첫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인 다낭행정센터(Da Nang Administrative Center:다낭 시청)가 있다. 모습이 특이하다. 일반 건물처럼 직사각형으로 각지지 않았다. 길쭉한 것이 안남미 쌀 같기도 하고, 혹자는 연꽃이 개화되기 직전의 모습을 디자인한 것이라 한다. 현지 사람들은 농담처럼 옥수수 같다고 말한다.

내가 보기엔 큰 쟁반 위에 음식을 높게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보는 방향과 관심사에 따라 이 건축물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아온 방식에 따라, 생각하는 차이에 따라, ‘각기 달리 보이는 것’, 이것이 별난 건축물, 다낭행정센터의 매력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상상하는 모습으로 자신이 비춰지도록 하는 것이 이 건축물의 전략이자, 몸값을 높여가는 비결이 아닐까.

다낭행정센터는 2014년 9월에 완공되었다. 아직 5년이 채 되지 않은 유치원 새내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오래 동안 다낭의 기념비적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다낭행정센터는 낭만적인 한강(다낭 시내를 흐르는 강 이름)이 내려다보이는 최고 중심지, 트란투-리 투 투롱(Tran Phu- Ly Tu Trong) 교차로에 자리 잡고 있다. 약 7천 평의 부지 위에 지상 34층, 지하 2층, 연면적 약 2만평, 높이 166.8m로 신축 당시 중부베트남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이 건축물의 랜드마크성은 기술과 디자인, 비즈니스, 다낭의 미래 발전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이 건물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건물관리시스템(IBMS)을 갖추었다. 최첨단 기계장비와 전기, 보안, 통신 수단을 갖추어 직원들이 편하게 일하고, 상호 소통하는 환경을 구축하여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이 건축물은 2010년도에 개정된 새로운 국제 환경기준도 충족하고 있다. 초 에너지절약형으로 설계되어 일반 건물에 비해 약 10~25% 정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이 건물을 디자인한 회사(한국 무영건축)에 의하면 하단부는 유선형의 배 모양을 하고 있고, 중간으로 갈수로 굵어졌다가 상부로 갈수록 다시 좁아지는 모양이다. 배가 항해하는 모습을 형상화하였다고 한다. 이런 디자인 개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약 일만 이천 톤의 철강을 사용하여 철강구조 지붕을 만들었고, 베트남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고난이도 건축기법도 함께 적용하였다. 강과 바다가 동시에 내려다보이는 친수도시 다낭에서 매력 만점인 이 건축물을 항해하는 배의 형상으로 디자인한 것은 주변 환경과의 자연스런 조화를 중시한 때문일 것이다.

셋째, 한화로 약 850억 원을 투입한 이 건축물은 대규모 민간투자를 유치하여 공공 건물로 조성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다낭행정센터의 소유주는 다낭인민위원회이다. 소유주도 그렇고, 행정사무를 보는 장소라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민 편의를 최우선하는 설계와 배치가 이루어졌다.



다낭행정센터 야경 [사진=석태문]

1층 민원실 운영시스템은 한국의 공공기관과 똑같다. 시민들은 순번에 따라 대기하고 서비스를 받는다. 시민들은 민원관련부서가 통합 배치된 이곳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받는다. 건물 34층에는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전망대, 레스토랑 설비도 갖추어 놓았다. 아쉽게도 아직 사용은 하지 않고 있다.

넷째, 배가 항해하는 형상을 가진 다낭행정센터는 젊고 역동적인 다낭의 발전을 염원하고 있다. 다낭시는 2017년 개최한 APEC 정상회의를 발전의 전환기(Turning point)로 삼고 있다. 랜드마크 건축물을 통해 낡은 관습을 털어내고 있다. 건물의 완공과 더불어 다낭시는 과감한 행정개혁을 추진하였다.

‘더 빠르게, 더 적합하게, 더 친근하게’런 슬로건을 토대로 한 ‘3개 더’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부서 간 연결과 소통, 업무의 조정은 물론, 시민과 투자자가 원하는 행정절차를 더 빠르고, 더 쉽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100%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다낭행정센터의 건축 이념에 따라 빠르게 변화될 것이라 예상된다.

다낭행정센터는 랜드마크가 될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 세계적 랜드마크인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로마의 원형극장, 그리스의 파르테논신전은 공통점이 있다. 시민과 관광객이 찾고 이용하는 시설이란 점이다.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인공구조물이지만, 일종의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다가가고, 그 속에 안겨서 함께 호흡하는 시설이다. 한국에서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다면 시민들이 접근하고 이용하기 좋게 설계 시부터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다낭행정센터는 이 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건립하였으나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다낭행정센터는 낮뿐 아니라, 밤에도 당당한 위용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번 상상해 보자. 전망대에 올라 한강과 미케 해안(MyKhe Beach)을 바라본다면,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가지를 보며 식사를 즐긴다면 다낭행정센터는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최고의 휴식 공간,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이방인의 시각에도 다낭행정센터는 다낭의 명물이자, 랜드마크가 될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경제발전에 있어서 우리보다 뒤쳐졌다 하더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도 여러 도시의 랜드마크 빌딩을 세운다면 상징성, 디자인, 설계 등에 대해 벤치마킹할 수 있고, 또한 개선할 점 같은 것을 찾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랜드마크 건물에 관심있는 분들은 꼭 다낭행정센터를 견학해 보면 좋겠다.


출처 : 뉴스퀘스트(http://www.newsquest.co.kr) 2019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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