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 일기》 9편
증권사에서 10년을 보내며 정말 많은 고객을 만났습니다.
전화기 너머로만 대화한 분도 있었고,
매일같이 영업점을 찾아오던 단골 고객도 있었습니다.
각자의 투자 성향과 성격은 달랐지만,
시장 앞에서 누구나 비슷한 두 가지 얼굴을 보였습니다.
바로 ‘탐욕’과 ‘두려움’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객은,
처음 주식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꾸준히 공부하며
차근차근 자산을 불려나간 분입니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종목을 분산했고,
위기 때마다 저와 긴 통화를 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몇 년 뒤 그 고객은 계좌를 열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이제 제 노후가 조금은 든든해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단순히 수수료를 넘어서
누군가의 인생에 긍정적인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반대로 지금도 마음이 무거운 고객도 있습니다.
시장의 뜨거운 테마에 빠져
단기 수익에 집착하던 분이었습니다.
경고를 드렸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확신으로 거액을 베팅했고,
결국 큰 손실을 보고 계좌를 떠나갔습니다.
전화를 걸어 “이젠 어쩌죠?”라고 묻던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증권사 직원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은 한정돼 있었지만,
그 무력감은 오래 남았습니다.
돌아보면 고객은 제게 가장 큰 스승이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통해 시장의 본질을 보여주었고,
숫자보다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고객들의 환희와 좌절을 곁에서 함께 겪으면서,
저 역시 투자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삶과 감정이 얽힌 깊은 이야기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증권맨으로서 가장 잊지 못할 고객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투자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필요한 건 남의 말이 아니라,
자신만의 원칙과 멘탈을 지켜내는 힘이라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증권맨 일기》 아홉 번째 기록은 이렇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들의 얼굴을 돌아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보다 개인적인 경험,
**《증권맨도 투자자다 – 나의 성공과 실패담》**을 풀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