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 일기》 10편
많은 사람들이 증권사 직원은 늘 이성적이고 냉정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저 역시 시장에 몸담고 있던 ‘투자자’였고,
트레이딩룸에서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계좌의 잔고를 확인하곤 했습니다.
업무로 다루는 수많은 정보가 있었지만,
그 정보가 늘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과한 지식이 오히려 판단을 흐리게 했고,
시장의 흐름에 더 민감하게 흔들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장 뚜렷한 성공 경험은 장기 투자였습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유혹이 있었지만,
저는 특정 대형주의 펀더멘털을 믿고 오랜 시간 들고 갔습니다.
당시 주변에서는 “왜 아직도 들고 있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단기 하락이 거듭될 때는 불안이 몰려왔지만,
결국 몇 년 뒤 수익은 기대 이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투자의 기쁨은 단순히 계좌의 숫자가 불어나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훨씬 더 큰 의미였습니다.
반대로 아픈 실패의 기억도 있습니다.
어느 날 시장을 달구던 테마주에 저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이번만큼은 놓치면 안 된다.”
그런 조급함이 결국 제 손가락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차트와 리포트는 마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듯 보였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주가는 급락했고, 저는 손실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그날 밤, 제 계좌를 바라보며 느낀 감정은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었습니다.
증권맨으로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이 있어도
결국 인간적인 탐욕 앞에서는 똑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오가며 얻은 교훈은 단순했습니다.
투자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
시장의 변수는 누구도 완벽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탐욕과 두려움이라는 내면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후로 원칙을 더 단단히 세우고,
‘왜 이 종목을 사는가, 언제 팔 것인가’를 명확히 적어두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성공은 원칙을 지켰을 때 찾아왔고,
실패는 순간의 감정에 흔들렸을 때 찾아왔습니다.
증권맨으로서 동시에 투자자였던 지난 시간은
저에게 가장 값진 교훈을 남겼습니다.
투자는 직업적 배경이 아니라,
결국 원칙과 멘탈이 좌우한다는 사실입니다.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고 원칙을 지켜내는 힘이야말로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게 만드는 진짜 자산이었습니다.
《증권맨 일기》 열 번째 기록은 이렇게
증권맨으로서 겪은 개인적인 성공과 실패담을 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지금까지의 여정을 정리하며,
**《10년을 돌아보며 배운 교훈》**을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