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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수없음 Jul 03. 2018

[여행] 독일 (2) - 베를린

161004 ~ 161005 : 작센하우젠수용소, 템펠호프공항




독일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나치 수용소.


나는 다행히도

일제강점기도, 나치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영화와 책을 통해 머리로 이해(한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

그에 대해 전혀 안다고 말할 수 없기에

조금 더 가까이 가보고 싶었다.


사람이 사람을 국가와 민족, 그리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정말 그렇게 잔혹하게 대할 수 있는 걸까.


안나네 부부는

작센하우젠 수용소에 나를 데려가 준다고 했다.


우리는 아침 일찍, 기차역에서 만났다.


10월의 아침, 바람이 차가웠다


기차로 30분 정도 달렸을까.

기차역에서 내려 꽤 오랫동안 걸었던 것 같다.




그곳에 가까워져 올 수록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았다.

기운이랄까. 에너지랄까.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묘하게 고요했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리고 도착한 작센하우젠 수용소(Sachsenhausen concentration camp)



1936년에서 1945년까지 나치스의 중요한 정치범 수용소였으며,
1945년부터 1950년에는 구소련의 정치범 수용소로 사용되었다.

수용소 벽은 3m 높이 돌벽으로 교도관과 개들이 지키고 있어 탈옥이 불가능하였다.
또한, 가장 큰 베른하르트 작전지(Operation Bernhard)로도 유명하다.
1936년에서 1945년 20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보내졌으며,
10만 명이 질병, 영양실조 및 폐렴 등으로 죽었다.

1956년 동독은 이곳을 국립기념관으로 지정하였다. 독일 통일 이후 이곳은 박물관으로 개관한 재단에 위탁되었고, 피수용자들의 예술품을 비롯해 수용소의 생활을 보여주는 공예품과 문서 등이 전시되었다.

작센하우젠 수용소 (두산백과)



이제는 박물관이 된 이곳.

천천히 둘러봤다.


수용소는 초기에 정삼각형 형태로 건축되었다
그러다가 수용력을 개선하기 위해 1938년 직사각형 형태로 확장시켜 재건축하였다고 한다


“수용력을 개선하기 위해” 증축된 곳.

수용소는 넓었다.

건물 뒤편을 따라 전시관으로 향했다.



벽을 따라 당시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관에 도착했다.

학생이 많았다. 공부하러 온 듯했다.

갑자기 서대문형무소가 생각났다. 습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오버랩돴다. 나 역시 학생 때 이후로 그곳을 찾은 적이 없었다. 문득 '외국인에게 일제강점기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제대로 마련해놓은 박물관 혹은 전시관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거라면 다행이다.

   


박물관 안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건

영화로 보는 것과 달랐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내가 느낀 건 당시의 광기였다.




박물관을 나와 수용소로 향했다.


Arbeit macht frei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남아있는 수용소의 터


그중 실제로 남아있는 건물이 있었다.



방 어딘가에서 흐느끼는 여학생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20만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수용자를 감시하는 초소



그나마 다행인 건 독일에서 직접 이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는 거다.


상처를 준 당사자가 사건을 기억하는 일은

의외로 드물다.


대부분 상처받은 이가 사건을 기억한다.

상처 준 이는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정말 까맣게 잊어버린다.


어쩌면 당연한 일임에도,

기억한다는 게 그만큼 귀하다.





안나 부부가 소개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지금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는 곳이라고.

손님이 오면 종종 데려간다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쫄래쫄래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베를린 도심에 위치한 공원(이 된 공항).



템펠호프 공항(Flughafen Berlin-Tempelhof)


템펠호프 공항은 1923년 개항했다.

1930년대 중반에 나치 독일 정부가 증축했는데,

이때 지어진 메인 건물이 당시 지구 상에서 가장 큰 건물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이 건설되며 2008년 10월 30일에 폐쇄.

현재는 시민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서 지평선을 마주한 나는  

이 거대한 공터가 비현실적이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공원을 누볐고,

아이들이 꺄르륵 웃는 소리와

롤러스케이트 바퀴가 드르륵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게도 '지구 종말의 날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소행성 또는 UFO가 공원을 덮칠 것 같은 느낌.


우리는 햇살 속에서 이 거대한 공터를 누렸다.


다정하고 아름다운 부부



마지막 만찬이 필요했다.

나는 당연히 학센을 먹어보고 싶었다.

겉은 크리스피 바삭하면서도 속살은 야들한 족발을 닮았다는 그것!

시원한 맥주와 같이 먹으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릴 것 같은 그것!

부부는 베를린에서도 학센 잘하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며 소개받은 식당을 안내해주었다.

우리가 저녁 시간 첫 손님인 듯했다.

배가 고팠다.




립과 학센과 샐러드와 파이와 맥주와 아이스크림을 시켜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최고였다. 특히 학센은 몹시 훌륭하여 이후 두 번 더 먹은 학센에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나중에 독일 갈 일이 생기면 반드시 이곳에서 또 먹을 것이다. 두 번 먹을 것이다.)


독일에서의 3박 4일은 이걸로 끝이 났다.

다음날에는 비가 왔고,

나는 친구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무사히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내 꿈의 나라! 버킷리스트!

드디어 프랑스였다.



다시 만나러 올게. 또 만나!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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