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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라 Feb 02. 2018

새로운 연구개발 체계로
도약해야 할 시점

1. 새로운 국가 R&D 체계로의 도약의 필요성


1) 경제성장이론


   국가 R&D 체계가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이유는 ‘경제성장이론’을 통하여 설명될 수 있다. 거시경제학에서 다루는 경제성장이론에 따르면 한 국가의 경제성장은 생산함수에 의하여 지배를 받는다. 생산함수는 Y = A f(K, L)로 표현되며, 생산량(Y)은 투입자본(K)과 투입 노동(L)에 의존한다. 즉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은 증가한다. 그런데 그 생산량의 증가폭이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이 증가할수록 줄어든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법칙에 따르면 경제성장이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나라에 대하여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생산함수에서 그 크기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있는데, 이를 함수에 곱해지는 A라고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A는 그 나라의 퀄리티(quality) 수준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한 나라의 퀄리티는 그 나라의 기술혁신 수준과 관련이 있다고 하지만, 그 이외에도 그 나라의 국가사회 시스템 및 문화 등과도 관련이

있다. 즉 단순히 한 나라의 기술혁신에 의해서만 그 나라의 절대적인 경제성장 폭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외에도 한 국가의 시스템과 문화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술 혁신에 의하여 그 나라의 시스템과 문화 수준도 함께 향상될 수 있다.


2) 시스템의 Quality Improvement


   한 국가의 경제성장은 그 국가의 퀄리티 수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같이 자본 및 노동 집약적 산업 구조를 가진 나라의 경우에는 자본과 노동의 투입량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더 이상 큰 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과거 경제성장 과정을 되돌아보면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다가 다시 도약하는 시점에서 뭔가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건들로는 자동차의 개발, 컴퓨터의 발명, 인터넷과 월드와이드 웹(www, world wide web)의 출현, 스마트폰의 개발 등의 기술 혁신들을 들 수 있지만, 그 외에도 포드의 대량생산체제, 케인즈 경제, 신자유주의 등의 사회 시스템의 혁신들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1인당 소득이 2만 불 대에 머물러 있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부나 기업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입만을 강요하고 있다. 경제성장이론에 의하면 더 이상 노동시간을 투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들의 노력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국가 시스템의 퀄리티가 한 단계 레벨업(level up)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정부, 사회, 문화, 기술 등 다방면에서 그 수준의 제고가 이루어져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생산함수 곡선


3) 정반합을 도출해야 할 시점


   한 나라의 시스템과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그 나라의 연구개발 시스템의 퀄리티를 제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연구개발을 위한 시스템인 R&D 체계의 발전 과정은 두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출연연 연구기관의 고유임무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진 ‘기관 고유사업’ 단계이며, 두 번째는 연구개발과제를 연구자들이 경쟁적으로 직접 수주하여 성과를 창출해내는 ‘PBS’ 단계이다. 두 단계 모두 장단점이 있다.

   기관 고유사업 단계에서는 정부에서 국가 출연연구원에게 각 기관의 고유임무에 맞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원천적으로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었으며, 해당 과제에 여러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함께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하여 연구결과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손쉽게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안이한 연구 자세로 연구를 방만하게 수행하는 연구자들이 많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이와 같은 기관 고유사업 체계 하에서의 부정적인 면을 개선하고 연구자들 간의 경쟁 분위기를 고취하고자 1996년에 정부에서는 프로젝트 중심 체계(Project-Based System, PBS)를 도입하였다. PBS 제도 하에서는 좋은 성과를 낸 조직이나 팀에게는 인센티브를 나누어주고,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조직이나 팀에게는 벌칙이 주어지게 되었다. 당근과 채찍으로써 PBS 제도가 활용됨에 따라 성과를 제고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은 있었으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게 되어 조직 또는 팀들 간뿐만 아니라 조직 및 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공유와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었다.

   기관 고유사업 제도가 정이라면, PBS 제도가 반으로서 나타나게 되었지만, 20년 이상이 지난 현시점에서 PBS 제도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양극단에 있던 제도의 긍정적인 면은 함께 살리고, 부정적인 면은 지양할 수 있도록 좀 더 나은 제도인 합을 도출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우리의 머릿속에 어떠한 지식이 들어오고 그다음 다른 지식이 들어온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두 지식 간의 합성(synthesis)이 일어나 새로운 지혜가 생기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 체제 하에서도 이와 같은 전식 득지(轉識得智) 과정을 통한 시스템의 퀄리티 제고가 있어야 시스템의 존속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2. 새로운 국가 R&D 체계의 Vision


1) 고품격 R&D 시스템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국가 R&D 체계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퀄리티를 대개 품질로 해석을 하는 경향이 많다. 예를 들어 루이뷔통(Louis Vuitton) 가방을 많은 사람들이 명품이라고 좋아하지만, 우리가 루이뷔통 가방이 좋다고 말할 때 품질이 좋다는 말보다는 품격이 남다르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렇듯 시스템의 퀄리티를 이야기할 때도 시스템의 품질보다는 시스템의 품격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국가 R&D 체계의 비전은 현재보다 한 단계 더 도약된 ‘고품격 R&D 시스템’이 되어야 할 것이다.

  

2) 성실∙도전이 가능한 국가 R&D 체계


   연구개발을 ‘성실’히 수행하는 모든 연구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국가 R&D 체계가 마련되어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그 실패를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실패를 적극 활용할 경우 실패는 자산이 될 수 있으며, 그 실패의 자산들이 밑거름이 되어 진정한 성공의 작품들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R&D 과제의 성실 수행 여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성실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실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대부분이 ‘성실하다’를 ‘부지런하다’ 또는 ‘열심히 하다’로 곡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성실이라는 한자어는 약속을 정해놓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여기서 약속은 분명하여 지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R&D 분야에서 상위 계획(high-level plan)을 지킬 수 있는 약속으로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최초에 상세하고 분명한 계획을 제시하기에는 ‘미지의 부분(unknowns)’과 ‘불확실한 부분(uncertainties)’이 너무 많은 상태에서 과제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계획이 명확한 약속으로 제시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약속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밝히고 그 약속에 준하여 연구개발이 수행되고, 다시 약속과 수행이 반복되는 과정으로 ‘점진적 구체화(progressive elaboration)’가 이루어질 수 있는 ‘롤링 웨이브 플래닝(rolling wave planning)’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도전적 과제의 여부도 그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적이라는 것을 허무맹랑한 주제이면 도전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망 없는 주제라 하더라도 해볼 만한 가치가 없다면 도전적이라고 볼 수가 없고, 가치가 있더라도 달성이 용이한 수준이라면 도전적이라고 볼 수 없다. 도전적이 되려면 가망이 없는 듯 보이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도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누군가 제안한 콘셉트(concept)의 주제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같은 혁신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망 없어 보이지만 어느 누구도 도전해보지 않은 새로운 개척지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성실을 전제로 얼마든지 도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문화와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3. 새로운 국가 R&D 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


1) 지식생산 양식의 변화 이해


   새로운 국가 R&D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식 생산 양식의 변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세기 후반 들어 지식과 정보가 대단히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면서 1996년에 OECD에서 ‘지식기반 경제(The knowledge-based economy)’ 보고서를 발표하였고, 이를 시작으로 지식 생산이 서비스산업의 중요한 한 분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급속한 환경변화로 인하여 지식생산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지식생산의 양식도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마이클 기본스(Michael Gibbons) 등의 여러 학자들이 1994년에 출판한 ‘지식의 새로운 생산(The new production of knowledge)’에서 지식 생산의 양식이 기존의 제1양식에서 제2양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제1 양식은 학술적 관심이나 호기심에 기반을 둔 아카데믹한 순수 연구에 의하여 생산된 지식들로서 주로 대학을 주축으로 이루어졌으며, 지식의 질에 대한 통제는 같은 분야의 전문가 집단에 의한 동료 평가(peer review)를 통하여 학술적 기여도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그에 반해 제2 양식은 응용을 지향하거나 사회적 이슈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및 개발을 통하여 생산된 지식들로서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연구소, 기업연구소, 민간연구소 등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수행하고 있으며, 지식의 질은 지적 우수성 이외에도 효용성, 경제성, 시장성, 사회적 책무 등의 다양한 기준에 의한 평가를 통하여 통제되고 있다고 전하였다.

   이렇듯 지식이 경제와 만나 지식 생산 양식이 변화하고 지식기반 경제 사회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1 양식의 지식 생산은 필요 없고, 모두 제2 양식의 지식생산으로 이전되어야 한다는 식의 이분법적 발상은 근시안적이고 위험한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학술적 지식의 지속적 발전이 없이 응용을 위한 지식의 생산은 결국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1양식의 지식생산과 제2양식의 지식생산이 양립하여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연구개발체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2) R&D의 속성 이해


   국가 R&D 체계를 한층 더 개선하기 위해서는 R&D의 속성을 반영하여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연구(Research)의 정의

   연구란 반복해서(re-) 찾는다(search)라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만약 어느 바닷가 모래사장에 다이아몬드가 숨겨져 있다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물론 방법은 간단하다. 다이아몬드가 나올 때까지 바닷가 모래사장의 모래를 파내면 된다. 즉 리-서치하면 된다. 그런데 리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일단 모래를 한주먹 파냈는데 그 자리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팠던 모래를 그 자리에 다시 덮어야 할까, 아니면 팠던

모래를 다른 곳으로 치워두어야 할까? 당연히 팠던 모래를 다른 곳에 치워두고 팠던 자리는 그대로 흔적을 남겨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연구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팠던 자리를 아무도 모르게 덮어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고 나서 다른 곳을 또 파기 시작한다. 이와 같이 진행하다 보니 자신이 팠던 자리를 다른 사람이 또 파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이전에 팠던 자리를 자기가 또 파고 있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팠던 자리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오지 않은 것을 ‘실패’라고 부른다. 다이아몬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팠던 자리를 모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그 팠던 자리는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진다. 왜냐하면 그 자리는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다시 팔 이유가 없음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패의 자산화’이다.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 다만 만 가지 틀린 방식을 발견했을 뿐이다.”라는 에디슨의 말처럼 실패를 불성공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그 실패는 감추어질 수밖에 없고, 감추어진 실패들은 동료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도 다이아몬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림 2. 연구(Research)의 개념


   - 조직 프로세스 자산(OPA)

   글로벌 표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지식체계(A Guide to the Project Management Body of Knowledge)에서는 이 문제를 조직 프로 세스 자산(Organizational Process Assets, OPA)으로 해결하고 있다. OPA란 프로젝트 수행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계획서, 가이드라인, 절차서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쌓아온 노하우, 경험, 데이터베이스, 성공사례, 실패사례, 교훈(lessons learned), 이력정보(historical information) 등을 포함한 모든 지적 자산을 의미한다.

   지식정보가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archive)되어야 한다. 아카이브란 책들을 아무렇게나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책에 라벨을 붙여 도서관의 책장에 비치한다는 뜻이 있다. 지식정보가 아카이브 되면 다수에게 공유가 가능하고, 이와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와 인프라가 갖추어질 경우 모래사장에서 다이아몬드를 더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작금에 회자되고 있는 공유 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이상적인 방향일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 선진국에서도 많은 연구결과들이 제대로 아카이브 되지 않아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 동일한 실험이 30% 이상 중복 수행되고 있으며, 30% 중복 실험 중 99%가 이미 실패한 실험의 반복이라고 보고된 바 있다. 실패를 인정하는 선진국의 경우가 이 정도 수치인데, 실패한 사실을 드러낼 수 없는 우리의 연구 생태계에서는 그 수치가 얼마나 클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최근 들어 연구 수행 과정에서 기록되는 정보를 온라인상에 축적하여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자 연구노트(Electronic Lab Notebook, ELN)가 국내외에서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으나, 아직 공유와 검색이 용이하지 않은 기초 단계이며, 대부분 영리 기업에 의하여 전자 연구노트 시스템이 개발 보급되고 있기 때문에 연구지식정보의 공유 범위가 제한적인 실정이다. 국가 R&D 체계의 퀄리티를 한 단계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차원의 연구지식정보 공유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개발(Development)의 정의

   개발은 닫혀 있는 것(velop)을 풀어 펼친다(de-velop)라는 의미로서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 시스템 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디자인하고 발전시켜 만들어나간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디자인하고 구체화시켜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현재와 같이 기술의 복잡도(complexity)가 높고 기술 간의 융합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창의력이 공유되어야 제대로 된 작품을 창출해낼 수 있다. 즉 개인의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창의력이 융합된 상호의존적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만약 마이크로프로세스 전문가가 혼자서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개발한다고 가정해보자. 자신이 잘 아는 분야는 프로페셔널한 수준의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액정 화면이나 카메라, 배터리 등의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아마추어 수준의 기술 밖에는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전체 스마트폰은 아마추어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그치고 말 것이다.

   현재 많은 개발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기술에 대한 전문가들이 적절히 투입되지 못하여 최종 개발기술이나 개발품이 상용화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주특기를 가진 전문가들의 상호의존적 창의력이 가동될 수 있는 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


   - 기업 환경 요소(EEF)

   글로벌 표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지식체계에서는 이 문제를 기업 환경 요소(Enterprise Environmental Factors, EFF)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EEF란 프로젝트를 둘러싼 조직 내외부의 환경 요소로서 프로젝트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문화, 조직 구조, 인프라, 자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시스템, 시장 여건 등을 포함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조직문화와 조직구조이다. 배려와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조직 문화와 팀워크가 발휘될 수 있는 조직 구조야말로 프로젝트 성공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조직구조 이론에 의하면 조직구조는 크게 기능 조직, 프로젝트 조직, 매트릭스 조직으로 나뉠 수 있다. 기능 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은 예를 들어 총무과, 인사과, 회계과 등과 같이 기능별로 나누어진 조직을 말한다. 각 부서는 기능별로 특화되어 다른 부서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때문에, 기능 분야 간의 원활한 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하지 못한 조직 구조이다. 여러 전문분야 연구자들의 투입이 요구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경우에는 프로젝트 조직(projectized organization)이 가장 적절하다. 대부분의 대기업에서는 새로운 신기술 개발을 시작할 경우, 전사적으로 필요한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고, 개발할 기술에 모든 팀원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프로젝트 팀원들이 함께 모여서(co-located)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기술개발에 집중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프로젝트가 성공이나 실패로 마무리될 경우 팀원들이 모두 해체되기 때문에 팀 구성원들에게 안식처가 없는(homeless) 소속의 불안정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같은 두 조직구조의 단점은 줄이고 장점을 살려 조합한 구조가 매트릭스 조직(matrix organization)이다. 본 조직구조 하에서는 예를 들어 연료전지 연구실, 촉 매개질 연구실, 열교환연구실 등으로 부서가 기술별로 나뉘어 있을 경우, 연료전지 발전기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할 때 각 부서의 연료전지, 촉매 개질기, 열교환기 전문가들로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여 그중 한 사람이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부서 간의 벽을 낮추어 협업이 가능하도록 적극 유도한다.


                                                  그림 3. 조직구조 이론 (출처: PMBOK Guide)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국가 출연연구원의 조직은 매트릭스 조직 구조를 띄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출연연구원들의 내부 조직구조가 매트릭스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부서 간의 알력과 이기주의, PBS 체제 하에서의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경쟁 분위기 고조로 개인 또는 부서 간의 기술 은폐, 과다한 프로젝트 수행으로 인하여 협업이 여의치 않는 환경 등으로 인하여 매트릭스 조직 구조의

좋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기능 조직 수준에 머물러있는 실정이다. 매트릭스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부서 간의 벽을 허물고, 기술을 서로 공유하며, 팀 구성원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몰입하여 협력할 수 있도록 경쟁적이고 과다한 프로젝트 수주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


   - 팀의 정의

   작품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 팀을 이루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공은 이미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이란 하나의 목표를 세워 공동 작업을 통하여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팀 구성원들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각자의 주특기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개인들의 집합체이다.

   현재 연구개발 현장에는 명목상 팀이 대부분이며 실제 프로젝트팀은 찾아보기 어렵다. 각자 개개인이 PBS 체제 하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연구원들이 자신의 과제만을 수행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그러므로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여 하나의 목표를 세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실정이다.

   팀을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란 두 사람이 각자 따로 일을 하여 성과를 1씩 내는 경우에는 최대 2밖에 얻을 수 없지만, 함께 할 경우에 2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사람들 간의 능력의 공유가 가능해야 한다. 이 공유가 가능하려면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고,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려면 서로 간에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팀 구성원들 간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구성원들마다의 서로 다른 주특기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면 상호의존적 창의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 팀의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기술의 발전 속도는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의 능력이 기껏해야 선형적으로밖에 향상될 수 없다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는 시너지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 사람들 간의 시너지 효과가 클수록 그 사회의 역량은 더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 간의 협업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느냐에 따라 그 국가와 사회의 발전 속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한 국가의 R&D 시스템의 신뢰, 존중, 개방, 공유, 협업의 수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림 4. 시너지 효과


3) Cost-Benefit 제고


   우리의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지만, 생산성은 최고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우리가 투자하는 비용에 비하여 얻는 것이 적다는 것은 우리 시스템의 퀄리티가 선진국에 비하여 낙후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금액은 세계 1위이다. 그러나 그 절대 금액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2018년 정부 R&D 예산은 20조 원에 육박하지만, 전체 R&D 투자 중 정부·공공재원의 비중은 OECD 평균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R&D 투자의 절대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PM 지식체계의 활용

   정부 R&D 투자의 실효성을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지만, 그 방법을 우리 스스로 고민하여 새롭게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선진국에서 오랜 시간 고민하여 집대성해 놓은 방법론이 공개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 1941)를 시작으로 프로젝트의 개념이 태동되었으며, 그 이후 거의 8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프로젝트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을 해온 많은 PM(Project Management) 전문가들이 자진해서(voluntarily)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지식체계 가이드(A Guide to the Project Management Body of Knowledge)를 발전시켜 글로벌 표준으로 제시해놓고 있다. 선진국에서 발전시켜온 글로벌 표준 PM 지식체계를 국내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리일지는 모르나, 그것을 우리 연구개발 생태계의 발전 과정에 접목시켜 토착화시킬 수만 있다면 선진국에서 걸린 기간보다 짧은 기간 내에 새로운 국가 R&D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출발하고 있는 중국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이 집권하면서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기 위하여 개혁·개방 정책을 적극 추진하였고, 2010년에 이르러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였다. 이와 같이 중국이 단기간에 미국을 견제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국가들이 앞뒤 가리지도 않고 자국의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노리고 중국 시장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은 손쉽게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해 놓은 많은 양질의 기술이나 시스템 등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의 PMP(Project Management Professional) 자격증 취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이미 선진국에서 오랜 기간 발전시켜온 양질의 PM 지식체계를 자국의 프로젝트 경영 시스템에 적극 반영하여, PM 지식체계의 분야에 대해서도 거인의 발바닥이 아닌 거인의 어깨 위에서부터 출발하려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널리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적극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표준 PM 지식체계를 우리가 외면하고 혁신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향후 우리는 오히려 외부로부터의 혁신의 강요를 받는 어려움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4) 국가연구개발사업 성실도전체계


성실실패 제도 현황

   우리 정부도 국가 R&D 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안이한 연구문화를 개선시키고 연구개발을 통한 성과창출을 독려하기 위하여 1996년에는 PBS 제도를 도입하여 연구현장에 경쟁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그 결과 이전보다 많은 논문과 특허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상용화로 연결되는 실효성 있는 기술이나 시장을 리딩 할 수 있는 선도적 기술들의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용화 기술이나 선도적 기술과 같은 도전적 연구개발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연구현장에 전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도전적인 R&D 프로젝트는 아는 부분(knowns)보다는 모르는 부분(unknowns)이 훨씬 많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이기에 모르는 부분을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리스크(risk)들로 인하여 연구 기간이나 예산이 초과할 수 있는데도, 현 체제 하에서는 기한 내에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한 경우 실패로 낙인을 찍어 더 이상 추가 연구를 할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도 성실실패를 용인하는 연구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도전적인 연구를 활성화함으로써 R&D 투자 성과를 제고할 수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여 성실실패 제도 법령을 제정하고 관련 규정을 마련한 바 있다.


법 및 제도 진화의 필요성

   초기 성실실패 제도는 실패한 연구에 대하여 성실히 수행한 경우 사업비 환수 및 과제 참여 제한 등의 제재조치 면제를 중점으로 체계를 설계하였다. 그러나 ‘실패’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성실실패 제도는 과제의 실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안정적인 수준의 목표를 제시한 경우 체계의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실패의 리스크가 있더라도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가치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방향으로의 기존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성실수행’ 제도를 추가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실패한 과제에 대한 성실성과 가치 판단을 통해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또한 성실실패 제도와 마찬가지로 실패한 과제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도전적 연구를 통한 재도전의 적극적 유인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실질적인 연구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실패 관리(control)에 기반을 둔 ‘관리자 중심체계’에서 과제의 성공을 촉진하고 도와주는(facilitate) ‘이해관계자 중심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도전적 목표를 가지고 성실히 수행한 과제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체계의 설계로 연구자가 적극적으로 도전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 따라서 성실하게 도전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도전적 연구의 성공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성실도전’ 체계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그림  5. 성실실패에서 성실도전으로의 법 및 제도 진화 필요성


성실도전체계 개요

   성실도전체계의 핵심은 기존의 ‘성공 또는 실패의 이분법적 평가(success or failure evaluation) 체계’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진정한 성공을 유도하기 위한 ‘계속 진행 또는 중단 결정(GO or NO-GO decision) 체계’라는데 있다.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마무리가 되었거나 실패하여 더 이상 연구할 가치가 없다면 중단(NO-GO) 해야 하고, 그 두 경우가 아니고 계속 연구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경우라면 계속 진행(GO) 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공의 반대를 실패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성공의 반대는 불성공이다. 불성공에는 성공은 못했지만 아직 실패하지 않은 경우와 실패한 경우 둘을 모두 포함한다. 아직 성공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면 계속 진행할 수 있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진정한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이다.

   성실도전체계는 선정, 계획, 수행, 관리, 단계종결, 과제종결로 총 6개의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있다. 선정 프로세스에서는 프로젝트의 ‘도전성’을 다룬다. 본 프로세스에서는 면밀한 기획 과정을 통하여 도전적 가치와 영향력(challenging merit & impact)의 측면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인 정당성(justification)과 달성해야 할 목표를 명확히 제안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적임자를 선정하게 된다.  계획, 수행, 관리 프로세스에서는 Plan-Do-See 개념을 통하여 연구자 스스로 ‘성실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계획 프로세스에서는 프로젝트를 성실히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과제 수행계획서의 점진적 구체화(progressive elaboration)를 진행해 나간다. 수행 프로세스에서는 구체화된 과제수행계획서를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필요하다면 수행 과정에서 산출되는 결과들과 관련 정보들을 PMIS(Project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상에 실시간 업로드(upload) 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한다. 관리 프로세스에서는 과제수행계획서 대비 실제 진행상황을 비교 분석하여 계획의 수정(update) 및 변경(revision) 등이 필요한 경우 계획 프로세스의 점진적 구체화 과정에 반영 및 관리해 나간다. 단계종결 프로세스에서는 단계 전환 시점에서 프로젝트의 ‘도전성’을 재점검한다. 해당 단계의 목표 달성 상황을 확인하고, 창출된 중간성과물(intermediate deliverables)의 결과 및 가치와 다음 단계의 과제수행계획서를 검토한 후, 해당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GO)할지 중단(NO-GO)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과제종결 프로세스에서는 프로젝트의 전주기에 대한 최종심의 (final review)를 통하여 최종 목표의 달성 여부와 최종성과물(final deliverables)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성공·성실도전·중단’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필요하다면 후속 처리 방향을 제시한다.


                                                            그림 6. 성실도전체계 다이어그램



4. 결론


   많은 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떤 시스템에서 일을 할 것인가는 선택 사항이다. 국가 R&D 시스템을 DOS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가, Window 수준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반석, 자갈밭, 옥토 중 어디에 씨를 뿌리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 반석이나 자갈밭에 씨를 뿌려 농사를 짓는 어리석은 농사꾼은 없다. 농사꾼이 제대로 수확을 얻으려면 기름진 옥토를 갈아 그 위에 씨를 뿌려야 한다. R&D 토양을 옥토로 만들 수만 있다면 투입된 노력은 언젠가는 결실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를 통하여 얻은 모든 경험과 결과들을 아카이브 하여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sharing)’할 수 있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collaboration)’을 통한 상호의존적 창의력을 발휘하여 개발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 토양 위에 체계적으로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성실도전체계’와 같은 고품격의 R&D 시스템이라는 나무를 심을 수 있다면 결실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국가 R&D 체계의 품격 향상 (Quality Improvement)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최고(Best)를 지향하는 것보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최선(Better)을 다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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