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옷

by 임쓸모

덩그러니 빨래건조대 옷걸이에 걸린 옷에는

주인이 없다.

조그마니 열어놓은 틈으로 차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이 든다.


바람이 옷을 흔든다. 설렁.

미처 챙기지 못한 정든 옷을 입어보러 온것일까.설령.

그렇더라도 너무 늦었네.정녕.

이제 너는 이세상 것을 가질 수 없어.영영.


어머니는 왜 옷장안에 옷을 넣어두지 못하는지.

빈옷을 가만 가만 들여보다가 또 짓무른 눈가를 훔지는지.

네가 돌아오면 어머니도 참 게으르구만요 하고

핀잔을 주려나. 아니. 너는 이제 그럴 수 없지.


덩그러니 옷걸이에 남은 빈옷 하나.

꼭 그만큼만 남겨진 네 조각 하나.

서럽고 씁쓸한 웃음이 하나

거기 내내 있을 슬픔도 하나.

끝내 접히지 않을 기억이 하나.

불러지지 못하는 이름도 하나.



빈옷 하나가 이렇게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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