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를 다녀오다가 꽃가게에 들러 꽃을 샀다.
이름도 모르지만 수수하게 들판에 피는 야생화 같아 보이는 꽃을.
5월의 들판에 막 피어난 생생함을 상상하며 값을 치르고 들고 왔다.
집에 돌아와 현관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자,
남편이 길가에서 꺾어온 것 같다고 말하였다.
남편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내 셈과 맞아떨어진 듯하다.
꽃가게에서 사 왔다고 하니 남편이 이런 꽃도 꽃가게서 파느냐며 신기해했다. 진짜 뒷산 가서 꺾어 온 것 같다며.
어릴 적에야 멋모르고 뒷산에서 아무렇지 않게 꽃을 꺾고 놀았다. 진달래나 아카시아는 따 먹기도 했고..
철이 들고 난 후 꽃을 함부로 꺾는 일은 문화인(?)으로서 경계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한편 문화인(?)은 꽃을 사랑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이런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인(?)은 꽃가게에 가서 꽃을 산다.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지만 꽃을 사랑하니까 꽃을 꺾는 죄책감을 대신해 돈을 치르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생명을 앗는 일을 대신하고 돈을 받는다는 면에서 꽃가게와 정육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는 먹고 싶은데 생명을 기르고 피를 튀기며 살육하는 일은 피하고 싶은 인간들은 정육점에서 깨끗하고 심지어 아름답게 포장된 남의 살을 구입한다.
죄책감을 돈 주고 지우는 세상에서 '나'라는 인간은 또 얼마나 나약한지...
매번 얼마나 쉽게 그 유혹에 넘어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