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선

위를 봐요/정진호

by 임쓸모

표지의 그림부터 남다른 시선이 느껴지는 이 책은 첫 장을 펴자마자 충격에 빠뜨린다.이야기 시작은 교통사고로 시작되니까. 긴 설명이 없이 간략하고 담담한 그림으로 사고에 대해 독자가 상황을 파악하게 해 준다.

사고 자체만으로도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최소한의 설명으로 이 이야기의 화자가 장애를 가지게 된 상황의 배경지식으로만 아주 간단하게 표현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거리의 풍경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책의 표지이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이 되기 하기때문이다. 글이 거의 없다시피 한 이 동화에 골목의 표정이 화자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준다. 다리를 잃은 수지는 사람들의 정수리나 비 오는 날의 우산밖에 볼 수 없다. 얼굴을 볼 수 없는 그들과 수지는 다른 높이의 시선으로 단절되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을 알 수 없고 하나의 덩어리로 느껴지는 찰나 수지는 외친다.


"위를 봐요!"


그 작은 목소리를 한 사람이 알아듣는다.

그 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이를 알린다.

이제 수지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수지는 휠체어를 타고 그 거리의 일원이 되어 있다. 뒷 면지엔 꽃이 핀 거리가 마음을 벅차게 한다


상대방의 눈높이를 아는 것은 그 이의 입장에 서 본다는 뜻이다. 나는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는데 내가 부엌에서 요리를 할 때면 옆에 앉아 충성스러운 표정으로 내 시선을 마주치려 노력했다. 그러면 나는 썰던 당근이나 양배추 따위를 주었는데 강아지가 너무나 행복하게 받아먹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은 나의 강아지를 흉내 내어 보았다. 강아지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했기 때문에... 그런데 그것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었다.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어야 해서 금방 뒷목이 당겨 왔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강아지가 그렇게 나를 올려다볼 때마다 미안해지곤 했다.


얼마 전 순차적으로 듣고 있는 팟캐스트 <책 읽아웃>에서 김원영 변호사 편을 듣고서 장애인의 이동권이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은 어떤 이들에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약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면 우리의 세계가 동물의 세계와 크게 다를 바 없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위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인간이 동물들과 구분이 되는 것이 있다면 전체 선을 위한 이타적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마저도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연구 보고도 있지만.)


이런 구구절절한 사고들을 나처럼 지지 부리 하게 설명하지 않고 빠르게 그린 크로키처럼 단순 명료한 그림으로 표현해낸 작가를 이 한 권의 책만으로도 존경한다.


이 책은 정말 백날 설명해봤자 한번 보는 것만 못 하다.

두고두고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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