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의 벽화이야기_그래피티 붓으로 하던 날

by 석기시대

Stoneage Wall Tour 2017

올해는 유난히, 추울 때 벽화 의뢰가 많다
벽화 그리기 좋을 때는 뭐니 뭐니 해도, 햇빛 짱짱해서 페인트 잘 마르고,해가긴 여름철이다 (장마철 제외).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벽이 찬 데다, 페인트가 얼기도 하고, 해가 빨리지는 터라, 야외 작업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제일 큰 문제는 손이 얼어서 그림 자체가 잘 안 그려진다는 점. 다만, 이번 벽화는 실내 작업이기에 위의 위험요소가 없으므로, 다행이다. 조금 이르게 찾아온 한파에, 스키장 개장시기도 앞당겨졌다. 일 년 내, 눈 쌓인 스키장을 손꼽아 기다렸을 고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새 단장을 위해, 곤지암리조트의 스키하우스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1. 콘셉트 디자인


의뢰인의 요청에 앞서, 이런저런 스케치를 해보며, 벽화를 구상해 본다. 직접적으로는 스노보더와 스키어들의 역동적인 액션을 담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생각해서, 다이내믹한 포즈들을 그려보며 손에 익힌다.

스노보더 동작들을 손에 익힌 뒤, 대략적인 구도와 색채 안을 구상하며, 콘셉트 디자인을 1차로 해 보았다.



2. 벽화 시안 작업

의뢰인의 요청들을 수렴하여, 벽화 시안 스케치 작업을 진행했다.
우선 전체 콘셉트는 그라피티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업인 그라피티라서 신이 났다^^) 화려한 그래피티의 색감과 디자인으로 역동적이고 자유분방한 젊은 에너지를 표현하자는 의도이다.
중앙은 인물 형상으로 중심을 잡고, 좌우상하에는 보드를 타는 보더들을 실루엣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벽화 스케치를 대략 잡아본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핑보드, 스노보드, 스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말 그대로 보드의 모든 것, 라이딩의 모든 것을 담아본다. 인물들의 동작을 구체화시키고, 중앙 인물의 테두리에 KONJIAM을 형상화한 그래피티로 표현하여 배경에 넣었다.


그리고 상하좌우 네 파트에 들어갈 그래피티를 디자인해본다


1) 좌상 - WAVE / Surfing
2) 우상_ SNOW / Snowboard
3) 우하-WINTER / SKI
4) 좌하-GRAFFITI / Skateboard


그래피티 도안을 하고 나니,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TEXT 디자인과 인물들의 동작 실루엣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문제였다.실루엣을 글자 앞쪽에 위치시키자니, 글자 디자인이 너무 가려지고,글자를 보이게 하려면, 실루엣이 눈에 잘 띄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디자인을 새롭게 작업해 보았다. 글자와 실루엣을 혼합하는 작업이었다. 쉽진 않았지만, 그만큼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안이 나온 것 같아 뿌듯하다. (작업 결과는 하단의 작업 과정을 보면, 서서히 드러난다^^)


3. 벽화 시공

모든 작업이 그러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작업은 역시 기초작업이다.고로, 백월에 배경색부터 입히고, 합판에 페인트를 흡수시키는, 일명 '먹이는' 작업을 한다.기초작업이 안되면, 합판이 페인트를 빨아들여, 붓질도 잘 되지 않을뿐더러, 색감도 잘 표현이 안된다.

배경은 '연회'로 작업한다.

연회를 선택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1. 시멘트 벽 느낌을 내어, 그래피티 느낌이 더 살아나게 한다.

외부가 아닌, 밀폐된 내부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원래 그래피티의 주재료인 락카를 뿌릴 수가 없다. 페인트로 표현을 해야 하지만, 락카의 질감과 느낌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최대한 야외의 벽에 하는 느낌을 살려야, 그래피티느낌도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2. 흰색의 벽보다, 회색의 벽이 옅은 채 도 나 밝은 색감의 색을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웹툰을 그릴 때도, 옅은 회색을 바탕에 깔아, 색감을 정교하게 잡는다.)


자, 뭐 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위의 두 가지 이유가 가장 크기에, 기초작업을 최대한 빨리하고, 1차 도색 후, 건조 한 뒤. 2차 도색까지 마침으로써, 컨디션 좋은 캔버스를 완성했다.


1) 밑그림 작업
-연노랑으로 구도를 잡고,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2) 1차 채색

가장 기본이 되는 덩어리들부터 채색작업을 시작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머릿속으로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특히나 복잡한 구조의 텍스트 디자인을 헷갈려하지 않고 잘 칠해놔야 하는 것이다.
너무 덩어리로 작업을 해버리면, 자칫 디테일들을 놓칠 수 있다.


3) 아웃라인 따기
-아웃라인을 그려 넣음으로써, 도안을 명확하게 나타내기 시작한다.




4. 후반 작업

그래피티의 백미인 후반작업, 이때가 가장 설레고 재미있고 드라마틱한 작업과정이다. 사실, 후반 작업이 진행되기 전까지, 작업자를 제외하고, 구경하시는 분들은, 이게 무엇을 그리는 것인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후반 작업

사실 그리고 나서도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피티를 하면 지나가시는 분들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가장 많은 질문이 "뭐라고 쓴 거예요?"이다.
음... 대답해 드리기도 참 애매한 질문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다소 언짢은 질문(? 이라기보다는 비아냥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은 " 좀 알아보게 쓰지?"라는 것이다.

그래피티 작가는 글자를 비틀고 자신만의 개성으로 표현함으로써 어찌 보면 의도적으로 글자를 암호화하는 듯하다.
그 행위 자체가 태거 (그래피티 작가를 일컫는 말) 의 개성을 나타내는, 작가주의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또한 보는 이들도 그 기하학적 문양을 해석하는 재미도 그래피티의 매력 중 하나이기에, 무엇을 썼는지 알려주는 것은, 반전영화의 결말을 스포일러 하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을 무례이다.(내 생각이다 ㅋ)

그리고, 좀 알아보게 쓰는 거면, 그냥 명확하게 간판을 만들고 궁서체로 쓰면 되지 않은가?

잠시 흥분했다. 사실, 그래피티 장르는 국내에 유입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아직도 대중화되지 않은 미지의 장르이기 때문에, 그래피티 그대로의 문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억지로 이해하려는, 어색한 문화의 불편함이 남아있는 장르인 듯하다.

결론은, 그래피티의 관전 포인트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겠으나, 작가의 스타일, 개성, 철학 등을 담아 함께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후반 채색작업이 조금 더 들어갈 예정이라고 하며, 오브제로 DP도 예정되어 있기에, 백월에 그린 그래피티 작업물은 일부 변형 및 가려질 것 같다..ㅠㅜ

내가 작업한 부분까지의 결과물을 남겨본다.
-Title : All about Riding
-Tagger : Stone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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