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의 벽화이야기 #횡성전통시장에 다시 그리기

하늘에 닿은 코스모스꽃길

by 석기시대

횡성전통시장에 처음 벽화를 그린 것은 작년(2016년) 10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주최하는 청년 재능기부 프로젝트인 영탤런트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http://blog.naver.com/adksk/220843222945


당시에 시장의 일부 공간에만 그렸기에 아쉬움이 남았고, 기회가 된다면 횡성시장의 다른 공간에도 벽화를 그려 넣고 싶은 바람이었다.
그리고 올해 다시 명 탤런트에 지원했고, 다행히도 선발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 해와 달리 벽화를 신청한 전통시장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강원도에서는 횡성전통시장만이 유일하게 벽화를 신청하였다.


왜 전통시장에 벽화가 줄었을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선 전통시장을 꾸민다고 하면, 우선 외형적인 것부터 변화를 시도했을 것이고, 가장 가성비가 높은 것이 벽화였을 것이다. 게다가 벽화를 그려 넣는 일은 별다른 공사가 필요 없고, 하루 이틀이면 꽤나 넓은 면적을 그려낼 수 있기에, 2~3차례 벽화가 진행되면 거의 시장의 모든 공간을 벽화로 채우기에 충분하다.
아무래도 대부분 전국의 전통시장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여러 가지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쉽게 추진했을 사업이 벽화였을 것이다. 1~2년 사이에 아마 대부분의 공간은 벽화로 채워졌을 것이다.
그릴 공간이 없기에, 자연스럽게 전통시장에서는 벽화봉사활동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3년째 청년 재능기부활동을 통해서 벽화봉사를 하면서 당연히 보람을 느끼지만, 안타까운 마음 또한 커진다.


벽화 이전에 공간에 대한 공감이 먼저

안타까운 마음에 잠깐 삼천포로 빠져 이야기 좀 하련다. 솔직히 말해, 벽화에 대한 대우가 너무 박하고, 결과 중심적이다.
몇몇 유명한 벽화마을이나 해외의 유명 벽화마을이나 벽화 사례들만 보고서 벽화만 그려 넣으면 활력이 넘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그렇게 여기저기 벽화를 그려 넣지만, 벽화만 그려 넣는다고 드라마틱하게 변화하지는 않는다.
이는 벽화를 외형적으로만,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기에 생기는 착각이다. 나는 벽화의 가장 큰 매력이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벽화는 개발이 아닌 재생의 활동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높다고 생각한다.
낡거나 지저분해서, 잘 보이지 않아서, 아무 쓸모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공간을 허물고,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다면, 당연히 깔끔하고 말끔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라 굉장히 많은 리모델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그 공간이 지닌 역사적 가치(추나 추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벽화는 그저 페인트와 붓을 포함한 재료비 그리고 그리는 사람이 전부이며 막대한 개발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보다, 벽화가 그려진 공간은 과거의 역사와 추억을 간직한 채,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것보다 더 큰 감동과 가치를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벽화라고 하여, 무지막지하게 무의미하게 그려진 벽의 벽화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 공간들을 새롭게 재생하는 노력이 아닌, 그저 채워 넣기에 급급해 보이는 벽화들, 그렇게 채워진 메시지가 없고 스토리가 없는 벽화들은 그저 산만해 보이고 집중이 되지 않고 그 공간을 사는 사람들로부터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게다가 더욱 참담한 것은, 한번 그려 넣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관리가 안 되고 페인트가 벗겨져 나간 벽화들은 오히려 더욱 흉물스럽게 공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이 모든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 벽화에 대한 폄하와 그 이전에 공간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벽화뿐만이 아니라,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무자비한 개발행위들로 우리 주변의 소중한 공간들이 사라져갔다. 어찌 보면 내가 벽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그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소중한 공간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인 듯하다.


쓰다 보니 뭐 벽화 하나 그리는데 그리 거창하게 생각하느냐 할 수도 있으시겠지만, 적어도 이 정도의 철학은 지니면서 벽화를 그리고 싶다.^^


꽃길을 그리다

자! 다시 돌아와 횡성전통시장 이야기를 해보자~
벽화 이야기에 앞서 서론이 너무 장황하게 길었다.^^;;;
(앞을 너무 거창하게 써버려서 횡성전통시장 벽화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만..ㅋㅋ)
이번에 의뢰를 받은 장소는 시장 상인 분들이 회의와 교육을 받는 공간인 시장 교육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양옆이다.
오르는 계단 공간에 벽화를 그리는 것은 2015년 양양전통시장 이후 두 번째이다. (참고로 양양전통시장도 그릴 벽면이 없다 보니 계단 벽면에 그렸었고, 횡성전통시장도 마찬가지 상황이었기에 계단 벽면을 신청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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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의뢰자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교육관으로 오르는 계단 양옆으로 코스모스를 그려 넣고 싶으시다고 하였다. (사실 코스모스와 함께 잠자리도 말씀하셨으나, 그냥 코스모스만으로도 충분히 벽면을 다채롭게 꾸밀 수 있다고 판단했고, 자칫 잠자리가 들어가면 다소 산만해질듯하여 잠자리는 빼기로 하였다.)
양양전통시장과 같이 천정 부분까지 활용하여, 터널처럼 그릴까 하였으나, 천정 부분에 그릴 공간이 없었기에, 좌우 벽면만을 그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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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아래에서 위쪽으로 보니,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하늘이 보였다. (사진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계단 끝부분에는 하늘을 그려 넣어, 마치 계단과 하늘이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 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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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으로는 의뢰인의 요청대로 코스모스를 그려 넣되, 크고 작은 코스모스를 다양하게 배치하여 꽃동산처럼 꾸미기로 하였다.
이 계단을 오르시는 상인 분들이 꽃길을 걸으시면서, 오르는 힘듦을 잠시나마 덜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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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바탕을 그려 넣고, 명암을 주어 조금 더 생동감 넘치는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표현해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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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벽화작업 전과정을 담은 영상을 담아본다~
정성껏 그린만큼 횡성전통시장에 그리고 상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활력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바라본다^^


https://youtu.be/RpKbvDGlG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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