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녹색연합>에서는 12월을 '매듭달'이라 부르며,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이라고 설명합니다. '끄트머리'라는 단어는 '끝'과 '머리'가 합쳐진 말로, 끝이 곧 시작임을 의미합니다.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이유도 마디마디 매듭을 짓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매듭은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입니다.
며칠 남지 않은 2025년을 잘 매듭짓고, 이 매듭을 발판 삼아 꿈과 사랑을 펼치는 새해를 맞이하도록 인도해 주십시오.
한 해의 끝자락에서, 과연 기독교인다운 삶을 살았는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봅니다. "여러분은 모두 한마음을 품으며, 서로 동정하며, 서로 사랑하며, 자비로우며, 겸손하십시오"(베드로전서 3:8 새 번역)라는 말씀에 저의 삶을 비춰보니,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제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옹졸한 마음과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한 미움, 이기심과 자만심이 단단히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주님, 이제는 제가 진정으로 한마음이 되며 동정하며 사랑하며 자비로우며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저를 붙들어 주십시오.
한 장씩 달력을 떼어내며 한 달을 정리하고 다음 달을 계획하던 시간이 흘러, 이제 마지막 한 장만 남았습니다. 두툼했던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은 것을 보니 한 해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보다, 많이 비워냈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하루가 가야 다음 날이 오고, 한 달이 가야 다음 달이 오며, 한 해가 가야 다음 해가 오듯, 비워내야만 비로소 새로이 채울 수 있습니다.
2025년이 남긴 약속을 품고 2026년을 맞이합니다. 도와주고 도움받고 배려하고 배려받으며 지내온 줄 알았는데, 새각해보니 함께였습니다. 함께해 온 한 해, 오로지 감사뿐입니다. 마지막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되새기며, 새해에도 비워내고 채우며 함께 함으로써 오로지 감사함으로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올해도 하루를 잘 보내겠다는 각오로 시작합니다. 잘 보낸 하루가 모여 잘 보낸 한 달이 되고, 잘 보낸 한 달이 모여 잘 보낸 한 해가 됩니다. 똑같은 하루이지만 오늘 특별한 하루를 다짐합니다.
아직 아무도 걷지 않은 백사장에 첫 발자국을 찍듯, 조심스럽고 정갈하게 삶의 흔적을 새기게 하소서.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이루려는 욕심보다, 곁을 살피고 깊이를 헤아리며, 뿌리를 단단히 내리게 하소서. 그리하여 잠시 흔들릴지라도 다시금 탄탄한 하루로 돌아오게 힘을 주소서
빨리 피는 꽃도 있고, 늦게 피는 꽃도 있듯, '우리'라는 정원 안에서 각자의 속도로 피어나는 꽃 혹은 피어날 꽃을 축복하고 기다리면서 응원하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몇 줄의 글이라도 읽고, 몇 줄의 글이라도 쓰며, 짧은 시간이라도 사색하고, 잠깐이라도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하는 하루를 살게 하옵소서.
오늘 이렇게 시작한 하루가 일 년 내내 이어지게 하옵소서
1월을 정월(正月)이라고 부릅니다. 정월이 쓰인 '바를 정'자의 의미를 새겨봅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모든 일은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격언들을 꼽아보니, 왜 새해의 첫 달에 '바르다'라는 뜻을 담았는지 그 깊은 뜻을 알 것 같습니다.
주님, 한 해의 첫걸음인 이 정월이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판단하며, 바르게 행동하고 성찰하는 '바른 달'이 되게 하소서.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예레미야 애가 3:23)"하신 말씀처럼, 매일 아침 주의 성실하심으로 저의 하루를 새롭게 열어주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