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기택 역), 이선균(박사장 역), 조여정(연교 역), 최우식(기우 역), 박소담(기정 역), 장혜진(충숙 역), 이정은(문광 역)
기생충이 머무는 곳은 숙주다. 영화 <기생충>에서 숙주는 경제적 부의 세계이고 기생충은 빈곤한 세계다. 두 세계의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로 숨을 쉬고 산다고 해서 대등한 존재로 보면 안 된다. 엄연히 부와 빈으로 구별하여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
이 두 세계를 구분하고 있는 것은 선(線)이다. 박 사장은 “내가 원래 선 넘는 사람들을 제일 싫어해”라고 일갈한다. 그는 겉으론 부리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아내를 사랑하며 아들을 끔찍이도 위하기 때문에 자신의 인간을 대하는 행위가 보편적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자기들이 노는 세계에는 침범 불가한 선을 긋고 있는 것이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드러난다.
지하와 반지하 그리고 땅 위의 멋있는 집, 운전석의 앞과 뒤, 물난리로 가재를 잃은 사람들이 모인 체육관과 물 샐 염려 없는 미제 텐트 또는 여전히 안전한 집, 편안하고 안락한 소파와 테이블 아래 숨죽여야 하는 기택네. 이 두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것은 계단, 와이파이, 그리고 냄새다.
먼저 계단이다. “아버지는 계단만 올라오시면 돼요.”라는 기우의 말처럼, 반지하 집에서 박 대표의 집으로 오르는 계단이고, 박 대표 집의 지하에서 거실로 오르는 계단이다. 이는 신분 상승의 의미와, 숙주의 세계를 파괴하는 의미다.
다음은 와이파이다. 영화가 와이파이 신호를 찾아 헤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 이유에 주목한다. 와이파이 신호를 잡자마자 치킨 박스를 접는 돈벌이로 연결되고, 문광이 지하에서 굶어 죽기 직전의 자기 남편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던 것은 다송 과의 카톡이었으며, 백수인 기우와 부잣집 딸을 신분 상승 가능성의 기회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냄새는 선을 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스멀스멀 달라붙듯 넘나들면서 부러진 사다리 역할을 한다. 이 냄새는 쉽게 없앨 수 없으며 드러내 표현되지 못한 채 비극을 응축했다가 칼로 터트리게 되는 비극적인 관계망으로 연결한다.
그 외에 영화의 이곳저곳에 등장하는 ‘계획’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이 계획은 백수가 가족을 부양하고 싶어 하는 계획이고,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길 기대하는 계획이며 아들이 아버지를 계단으로 끌어올리려 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기우의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말에서 암시하듯 예기치 않던 사건으로 인해 빗나가기 마련이거나 황당한 얘기가 되고 만다. 결국 이들에게는 기택의 ‘무계획의 계획’이 최상의 계획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상하게 기우에게 달라붙는 ‘수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선물로 받은 수석은 충숙에게는 차라리 먹을 것만도 못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부’는 사람을 잘 살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자칫 삶을 망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석을 붙잡고 다니던 기우가 결국 그 수석으로 사망 직전까지 몰리게 되는 것이 그 상징이지 않을까 한다.
결국 영화 <기생충>은 “돈이 다리미라구.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줘”라는 충숙의 말로 요약하고 싶다. 다리미는 주름살을 펴주기도 하지만 아예 세탁물을 태워버리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부 역시 누군가의 삶을 펴주는 도구인 동시에, 누군가의 세계를 통째로 태워버리는 다리미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