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by 강석우

내일을 위한 시간 Two Days One Night, 2014


개요: 드라마 벨기에 , 프랑스 , 이탈리아 95분 2015. 01.01 개봉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 Marion Cotillard (산드라 역), 파브리지오 롱기온 Fabrizio Rongione (마누 역), 올리비에 구르메 Olivier Gourmet (장-마크 역), 캐서린 살레 Catherine Salee 줄리엣 역


줄거리

복직을 앞둔 ‘산드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회사 동료들이 그녀와 일하는 대신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것. 하지만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 덕분에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된다. 일자리를 되찾고 싶은 산드라는 주말 동안 16명의 동료를 찾아가 설득하려 하지만 보너스를 포기하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말은 어렵기만 하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동료들.

마음을 바꿔 그녀를 지지해 주는 동료도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쪽의 반발도 거세지는데…


과연 산드라는 ‘내일’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긴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이 흐른다.

[ABOUT MOVIE 1]

다르덴 형제이기에 가능했다!

가장 단순한 설정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서스펜스!


평온한 금요일 오후, 한 통의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은 산드라는 동료들이 투표를 통해 자신을 복직시키는 대신 천 유로의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의에 빠진 그녀는 남편과 동료의 격려에 힘을 얻어 월요일 재투표를 위해 주말 동안 열여섯 명의 동료를 일일이 만나 설득하기로 한다.

<내일을 위한 시간(two days, one night)>의 설정은 매우 단순하다. 열여섯 명의 동료를 만나기 위해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월요일 아침이 오기 전까지의 주말이다. 원제 그대로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그녀의 간절한 여정이 이어진다.

이 단순한 구조가 선사하는 긴장감은 보는 이들을 온전히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첫 번째 요소다. 반복적인 대사와 상황의 연속이지만 동료들 저마다의 다양하고도 타당한 사정은 극에 미묘한 변주를 선사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흥미로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단순한 설정, 그중에서도 반복적인 패턴이 영화를 지루하기보다 오히려 긴장감 있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감독들은 등장하는 동료들의 순서를 산드라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살리는데 맞춰 구성했는데 가령 첫 번째 동료는 산드라가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위해 전화 통화를 거쳐 의견을 바꾸는 인물로 설정되었다. 이후 보다 복잡한 경우들이 발생하면서 관객들은 산드라를 따라 그녀의 동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최종 결정을 지켜보고 어느덧 그녀의 여정을 따라 손가락으로 숫자를 헤아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월요일 아침의 회의실, 확보한 찬성표는 일곱 혹은 여덟. 미지수로 남은 마지막 표 하나는 다르덴 형제이기에 가능한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선사하며 마치 장르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끔 한다.



[ABOUT MOVIE 2]

마리옹 꼬띠아르이기에 가능했다!

아주 일상적인 연기에서 끌어낸 밀도 있는 감정!


<내일을 위한 시간(two days, one night)>의 긴장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 다르덴 형제 감독의 연출력이겠지만 그 긴장이 온몸에 와닿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이다. ‘마리옹 꼬띠아르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한다’는 어느 매체의 표현처럼, 한 장면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산드라 역을 맡은 마리옹 꼬띠아르는 그동안 쌓았던 배우로서의 공력을 이 한 편에 쏟아낸다.

마리옹 꼬띠아르라는 대단한 스타 배우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다르덴 형제는 “그녀를 캐스팅한 건 우리에게 큰 도전이었죠. 물론 스타를 원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녀를 원했습니다. <러스트 앤 본>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뒤 줄곧 그녀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결국 캐스팅을 결정했죠. 중요한 것은 그녀가 기꺼이 우리의 배우가 되어줬다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완전히 우리 화 되었죠”라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동료들을 찾아가는 반복적 설정과 대사는 배우에게 큰 도전이었다. “비슷한 장면들이 반복된다는 것은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죠”라고 말한 마리옹 꼬띠아르는 강도 높은 리허설을 통해 다르덴 감독의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저는 정말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에서도 제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는데 이런 부분이 감독님들과 정말 잘 맞았어요. 엄청난 리허설 과정을 거친 뒤에도 감독님들은 촬영 현장에서 배우의 연기에 집중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해요. 그들에겐 모든 디테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같은 걸 반복해서 찍기도 해요.” 마리옹 꼬띠아르가 화장실에서 약을 먹다가 울며 방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무려 100회 가까이 촬영했다. 하지만 연기자로서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마리옹 꼬띠아르는 그 어떤 작품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고 ‘산드라’라는 캐릭터를 생생하게 재현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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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OVIE 3]

우리의 현실을 위로하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

지금 우리가 꼭 보아야 할 영화!


영화의 클라이맥스, 찬성과 반대는 각각 여덟 표로 나뉘고 산드라는 결국 과반수를 얻는데 실패한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에게 반대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곧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계약직 대신 복직할 것인가. 주말 동안 자신이 동료들에게 물었던 질문을 고스란히 돌려받은 산드라는 이제 질문이 아닌 대답을 해야 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우리에게 중요했던 것은 산드라의 여정이었어요. 힘든 길이었지만 그 여정에는 여러 만남들이 있고, 그걸 통해 그녀가 어떻게 자신과 동료들을 변화시키게 될 것인지 보여줌으로써 ‘연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죠”라는 다르덴 형제 감독은 결말에 이르러 몇몇의 동료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산드라가 그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서 위대한 도덕적 선택을 하게끔 이끈다. 그토록 다시 찾고 싶었던 일자리였지만 그것이 다시 동료와 관계되었을 때 그녀는 연대의 정신을 떠올리는 것이다.

동시대의 사회적 현실을 다루면서도 희망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은 거장들이 선택한 엔딩, 결과적으로 분명 실패한 여정이었지만 그것이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산드라가 동료들과의 만남을 통해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행복해’라는 대사를 남기며 영화 속 어떤 장면보다도 환한 표정을 짓는 산드라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강렬하고도 뭉클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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