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방동규의 <낭만 주먹 낭만 인생> 중 백기완의 방동규의 뺨을 후려치는 대목이 있다. “뭐? 네 별명이 배추라고? 힘깨나 쓴다고 들었어. 그래, 한 번에 몇 명이나 때려눕히는데? ‘한 열 명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벌떡 일어서더니 내 뺨을 후려갈겼다. 이어지는 백기완의 고함소리는 마치 천둥 벼락과도 같았다. 잔망스러운 놈아! 사나이가 주먹을 쥐면 천하를 울리고 뒤흔들어야지, 겨우 사람이나 때려? 너는 힘자랑을 그렇게 하냐? 꺼져 인마!”
이때 방동규의 나이가 열아홉, 백기완의 나이가 스물이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맺어진 우정이 반세기를 지났다고 한다. 백기완의 용기가 부럽다. 방동규의 패배를 인정하는 자세가 부럽다. 난 명색이 어른이면서 인생을 바꿔주는 뺨따귀, 삶의 길을 밝혀주는 고함 소리 한 번 내보지 못했다. 내 인생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끄럽다. ‘내 앞엔 바로잡아야 할 것들이 있는데…, 많은데…’
이제부터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뚫고 나가야겠다. 그 힘은 외적인 힘이 아니다. 내적인 자세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용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