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2017년 11월 22일~2018년 1월 18일)
장르: 드라마, 블랙코미디, 휴먼
방송 횟수: 16 부작
연출: 신원호, 박수원
극본: 정보훈
출연: 김제혁(박해수), 이준호(정경호), 김지호(정수정), 김제희(임화영), 이준돌(김경남), 나형수(박형수), 팽세윤(정웅인)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잘 드러낸 드라마다. 사회 구조의 문제로 인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며, 그들이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치고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김제혁은 넥센 히어로즈 소속의 유망한 야구 선수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여동생 제희를 성폭행하려던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폭행죄로 수감되며, 정의로운 행동이 오히려 범죄로 규정되는 사회의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겪게 된다.
‘블래스 신드롬’으로 무너졌을 때, 이준호의 권유로 심리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장면이 인상 깊다. 바닥에 점을 찍으며 “아직 멀었다”라고 말하는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깊은 절망을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야구도 인생도 한 번에 되는 건 없어”라고 말하며 다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절망을 견디고 극복해 나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준호는 ‘이런 사람이 현실에 있을까?’라는 의문과 동시에 ‘이런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품게 만드는 인물이다.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하고 일처리는 냉정하지만, “여기서도 사람은 사람입니다.”라는 말처럼 인간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제혁뿐 아니라 재소자와 동료 교도관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점차 드러난다.
제희의 연인이 준호라는 사실을 알고 제혁이 “준호라서 다행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시청자 역시 같은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제혁에게도, 제희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준호 같은 사람’이 곁에 있기를 바라게 만든다.
팽 부장은 겉으로는 욕설을 일삼고 수용자들을 거칠게 대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바꾸는 거지”,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나쁜 사람 아니야”라는 그의 말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을 드러낸다. 겉모습과 내면의 간극이 이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 드라마를 보며,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가 결국 사람을 통해 다시 일어선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땅에서 넘어진 사람이 땅을 짚고 일어나듯, 사람으로 인해 낙담한 사람은 다시 사람으로 인해 회복된다. 결국 사람은 사람을 통해 사람다워진다는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