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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석우 Dec 12. 2024

아버지 어머니의 자리에 서 보니

아버지 생신제

아버지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에 서 보니

삼켰던 말이 얼마나 많았는지

기 살려 주기 위해 때로는 얼마나 힘에 부치셨는지

짐짓 무심한 척 얼마나 서운해하셨는지

하나 주고 둘 주고 그래도 부족하여 얼마나 마음 아프셨는지

비어버린 둥지를 지키며 고개 들어 얼마나 멀리 보셨는지

행여 전화가 고장 났나 얼마나 들었다 놨다 하셨는지     

아버지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에 서 보니

내가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어머니는 나

그 마음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혀

아, 그때 잘할걸

후회 담아, 꼭꼭 눌러 담아

동기간 같은 마음이라

그리며 기리며 위안하며

토닥토닥, 달려온 길

     


한 번 가면 그뿐, 다시 오지 못하는 곳에 가신

볼 수는 없지만, 기억을 씹어보고

만날 수는 없지만, 남기신 흔적을 곱씹어보니

아버지의 얼굴을 형제에게서 봅니다

어머니의 얼굴을 형제에게서 봅니다

그래서 동기간이니

그때 하지 못했던 것,

돌아보니 꼭 해야 했는데 하는 것들

마음에 담고 가슴에 품고 머리에 새겨

아버지 뵈온 듯, 어머니 뵈온 듯

나누고 받으며, 위로하고 위안받으며

살자고

그것이 아버지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     


벌써, 오랜 시간

녹슬고 삭고 사라져 없어질 만큼의 시간이지만

그리움 그대로, 그 순간 그대로, 후회 그대로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우리를 보자

우리 자식들을 보자

그 뜻만은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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