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신제
Ⅰ
아버지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에 서 보니
삼켰던 말이 얼마나 많았는지
기 살려 주기 위해 때로는 얼마나 힘에 부치셨는지
짐짓 무심한 척 얼마나 서운해하셨는지
하나 주고 둘 주고 그래도 부족하여 얼마나 마음 아프셨는지
비어버린 둥지를 지키며 고개 들어 얼마나 멀리 보셨는지
행여 전화가 고장 났나 얼마나 들었다 놨다 하셨는지
아버지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에 서 보니
내가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어머니는 나
그 마음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혀
아, 그때 잘할걸
후회 담아, 꼭꼭 눌러 담아
동기간 같은 마음이라
그리며 기리며 위안하며
토닥토닥, 달려온 길
Ⅱ
한 번 가면 그뿐, 다시 오지 못하는 곳에 가신
볼 수는 없지만, 기억을 씹어보고
만날 수는 없지만, 남기신 흔적을 곱씹어보니
아버지의 얼굴을 형제에게서 봅니다
어머니의 얼굴을 형제에게서 봅니다
그래서 동기간이니
그때 하지 못했던 것,
돌아보니 꼭 해야 했는데 하는 것들
마음에 담고 가슴에 품고 머리에 새겨
아버지 뵈온 듯, 어머니 뵈온 듯
나누고 받으며, 위로하고 위안받으며
살자고
그것이 아버지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
Ⅲ
벌써, 오랜 시간
녹슬고 삭고 사라져 없어질 만큼의 시간이지만
그리움 그대로, 그 순간 그대로, 후회 그대로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우리를 보자
우리 자식들을 보자
그 뜻만은 이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