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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석우 Dec 13. 2024

누가 사는가

주체적으로

오토바이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청년이 있다. 부모는 생업을 접은 후 사고 보상비로 받은 돈을 굴리며 오로지 자식 뒷바라지만 하고 있다. 병원에서 재활 훈련을 받을 때 괴로워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다 못해 집에 데려다 놓고 직접 훈련시킨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거의 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당신네가 먼저 죽으면 어떻게 할 거냐 아들이 혼자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아니냐.”라고 해도 그때뿐이고 아들이 해야 할 모든 것을 대신해 주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구체적인 연기 지시를 내리지 않고 배우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게 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배우가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극단으로 내몰고 마음에 들 때까지 찍고 또 찍어 배우들은 ‘변태’라 말할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악전고투 끝에 배우들이 한계를 깨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감독이라고 한다.


정명훈 씨가 일본의 오케스트라단에 지휘자로 갔을 때 단원들에게 삽을 선물하며 “그 삽으로 자신의 능력을 파내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에 자극을 받은 단원들은 지휘자가 시키는 대로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연습을 하면서 스스로 만족해했다고 한다.


이 세상은 무엇으로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누가 사는가에 대한 주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당연히 이 세상은 내가 살아간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내 문제를 내가 고민하고 내가 결단하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 쏟아져 들어오는 지식에 매몰되어 살아온 삶을 반성한다. 주체적으로 소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내 것으로 나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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