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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Sep 30. 2019

제2의 기계시대를 이끌 3개의 키워드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

증기기관이 제1의 기계 시대를 열었다면, 디지털 기술은 제2의 기계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1990년대 디지털 기술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떠맡는 걸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옛날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법한 기술들이 현실 세계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자율주행차량, 드론, 알파고 등등... MIT의 교수 앤드루 맥아피와 에릭 브린욜프슨은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를 통해 이 시대를 규정하는 키워드 3개에 대해 논한다. 



그 중 하나는 크라우드(Crowd), 군중 이다.


코넬 대학교의 데이비드 더닝은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이론을 통해 지식과 자신감의 상관관계를 주장했다.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를 읽고 한때 '절망의 계곡' 지점에 빠져 허우적대던 내게 희망을 주었던 이 그래프에 대해 다시 평가해보게 되었다. 정보의 팽창은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에 하루에 올라오는 뉴스 기사의 숫자는 2백만개에 달한다. 이제 단순 지식에 기반한 자신감은 예전만큼 신뢰할 수 없다. MIT 교수 브린욜프슨이 똑똑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구글의 강연에서 직원들에게 직관을 맹신하지 말라고 강조한 이유다. 


군중을 조직하는 것이 쉬워지면서 전문가라는 개념의 무게감이 낮아지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글을 올리고 남의 글을 편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1년 만에 항목수가 1만 9000개로 늘어났다. 5년 동안 NASA, 의과대학, 기업들을 위해 70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된 군중 참여 경연에서 군중이 모이지 않은 사례는 단 한건에 불과했다. 


개별 분야의 전문가들은 업무의 질을 떨어뜨리는 다양한 편견에 사로잡힌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분야에서 더 유명해지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확증 편향이 더 심해진다. 자격증이 있거나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평생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매일 새로운 지식을 업데이트하려면 부단한 노력과 정보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 군중이다. 다양한 배경, 교육, 지적 및 문제 해결 능력이 집합하면 개별 조직보다 훨씬 빨리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군중의 이런 특징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 덕분에 군중을 조직하고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쉬워진 결과다.



체인지그라운드에서는 군중의 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번 씽큐베이션만 해도 그렇다. 퀄리티 컨트롤이 불가능한 타독서모임과 달리 씽큐베이션은 높은 실력 혹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멤버로 선발된다. 페이스북을 통해 모집 공고 하나를 올린지 일주일이 지나면 1000명에 가까운 지원자들이 몰린다. 이번 시즌, 내가 진행하는 모임의 경우 처음 목표한대로 4차 산업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대부분의 구성원을 채울 수 있었다. 씽큐베이션은 플랫폼과 군중의 힘을 완벽하게 조합한, 그룹장인 나로서는 배움에 대한 사심가득한 열망을 충족시켜주는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묘미는 각 장의 끝에 저자가 제시하는 질문들에 있다. 

1. 당신은 군중을 어떻게, 얼마나 많이 이용하고 있는가?

2. 만일 군중을 이용하고 있다면, 개방적이고 비학력주의적이면서 검증 가능하며 자기 조직화하고 괴짜 리더가 이끌도록 허용하고 장려할 업무가 무엇인가

3. 당신의 산업 중 반드시 시장이 관여한다고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분권화를 위한 기술을 쓸 새로운 방법이 있는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질문들이다. 

기계, 플랫폼, 군중이라는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 책인만큼 각 챕터의 말미에 나오는 요점도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엿보이고 실용성까지 추구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괄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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