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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Oct 28. 2019

신권력vs구권력. 당신은 어느쪽입니까?


얼마 전, 국제독서주간 릴레이에 씽큐베이션 2기 멤버가 다음 타자로 나를 지목했다.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의 52페이지를 핀 다음 그 책에 있는 문장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만큼의 파급력과 자금이 모이는 캠페인은 아니지만 독서문화를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독서를 잘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읽을 동기부여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독서라는 공통된 취미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독서의 달을 맞아 위와 같은 포스터를 내걸었다. 올해와 작년 독서의 달 포스터이다. 대중에게 최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게 독서를 장려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하지만 설득력있게 다가오진 않는다. 형태만 다를 뿐 또 하나의 진부한 정부주도 독서캠페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러미 하이먼즈와 헨리 팀스의 <뉴파워>에 따르면 전자는 신권력을, 후자는 구권력을 대표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신권력은 대중의 활동에서 나온다. 흩어지고 분산된 목소리들, 수평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조직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구권력 모델은 정부나 중앙집권화된 기관, 전문가 등이 독점한 힘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이나 조직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기에 가능한 권력이다. 신권력과 구권력의 차이점은 '크라우드'를 얼마나 활용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군중에 우호적인가에 있다.  



구권력은 소수의 사람들이 제한된 자원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사회구조 덕분에 유지될 수 있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이라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기 전 유일하게 파급력 있는 언론은 공중파 방송이었다. 대규모 시위를 여는 것이 불법이던 시절,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인이 되거나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거나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일반 사람들이 접근가능한 자원의 양이 크게 늘어남과 동시에 군중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의 크기도 커졌다.


저자들은 신권력 나침반이라는 다이어그램을 제시한다. 조직 구조가 구권력 모델에 기반했어도 충분히 신권력 가치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학교는 그렇게 될 수 있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독서를 했더니 꿈에 날개가 생겼어요." 학생이 쓴 독서 캠페인 슬로건이 집앞 초등학교 교문에 걸렸다. 길을 걷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문장이었다. 학생 투표를 통해 이 표제어가 선정되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평등한 학생들이 모여 민주적 절차를 거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한 학교는 구권력 모델에 기반했지만 신권력 가치를 실현하기에 매우 좋은 장소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중앙집권적인 구권력과 힘의 분산을 바탕으로 하는 신권력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신권력이 지배적인 형태가 될 것인데 인간의 본성은 가능하면 힘을 독점하려고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신권력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을 내려놓을 것인가, 아니면 폐쇄적인 태도로 변화에 빗장을 칠 것인가에 따라 기성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이 책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대한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전문가가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 '진입장벽'이 높은 업계나 위치에 있어야 오래갈 수 있을거라는 무의식적인 강박, 전문성은 특정 자격증이나 공신력있는 학위로 입증된다는 고정관념 등. SNS를 한다고, 우버와 에어비엔비를 사용한다고 해서 신권력을 완전히 받아들였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의견까지도 귀담아들을 줄 아는 '군중을 향한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신권력의 시대를 준비하려면 기존의 사고방식부터 하나씩 해체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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