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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Nov 05. 2019

천재적인 상상력+시대를 타고난 행운아


어릴 적 우주가 등장하는 만화들은 어김없이 나를 매료시켰다. 아기공룡 둘리의 깐따삐야 별부터 시작해서, 은하철도 999, 심지어 세일러문까지 별이 총총하게 박힌 광활한 미지의 공간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아직도 우주는 그 소재만으로 내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인터스텔라는 인생영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고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싸이키델리 락 장르의 Space Angel 이라는 노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https://www.youtube.com/watch?v=zZdT7bpzlig

우주가 나를 매료시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곳이 나와는 매우 먼 세계, 닿을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주는 내게는 너무 먼 분야이고 우주 관련 일을 하는 것도 항공우주공학 등 전공자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 어린 시절 품었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 있다. <타이탄>은 우주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아왔음에도 당당히 우주 사업에 뛰어든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리처드 브랜슨, 폴 앤런. 이들의 우주 사업 진출이 놀라운 건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타파했기 때문이다. 우주 사업에 문외한인 내 머릿속엔 미국 우주개발=NASA 라는 인식이 공식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록히드마틴 등 정부와 계약을 맺은 업체들도 여럿 있었지만 이들은 정부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외주업체 정도의 성격을 띨 뿐 혁신적인 도전과는 거리가 먼 기업들이었다. 반면 스페이스X는 NASA의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파격적인 딜을 제안하고, 불가능해보일 것 같은 일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미국 우주산업의 전체적인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 일반 사람들은 정부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거대한 인식의 전환과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스페이스X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공격적이고 무자비한 비즈니스 전략, 엔지니어링 혁신, 그리고 무엇보다 상상력의 승리였다. 개인이 우주 회사를 설립하여 성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현재 머스크가 달성하려는 목표만큼이나 허황된 것으로 보였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가 우주사업에 뛰어들고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에는 환경적, 시대적 요인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신뢰이동>과 <뉴파워>에서도 나오듯이 더 이상 정부는 예전의 위상과 대중의 신뢰를 누리지 못한다. 우주개발을 독점하는 NASA의 무사안일주의와 타성에 젖은 모습은 <타이탄>의 여러 곳에서 등장한다. 

30년 동안 비용 추가 계약으로 이 일을 해오면서, 나는 불행히도 우주항공 업계에는 부조리가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비용 추가 계약의 본질은 '비용의 최소화'가 아닌 '노력의 극대화'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철학은 '노력의 최소화'가 아닌 '노력의 최적화'였고요.

스페이스X는 걸쇠 하나에 1500달러가 들고, 에어컨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300만 달러가 드는 등 천문학적인 액수가 드는 기존 우주선 제작 비용을 단시간에 줄였다. 60%의 미국인들이 정부가 우주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믿는 지금, 비용의 효율이라는 시장 개념을 도입해 앞으로 기한없이 진행될 우주사업 비용절감에 큰 도움을 준 것이다. 


우주 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도 머스크와 베조스에게 기회였다. 우주 탐험이 단순히 경쟁을 위한 경쟁을 위해 돈을 쏟아붓는 사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2015년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성별, 나이, 인종에 상관없이 우주 탐험이 가치 있는 투자라고 믿고 있었다. 우주탐험은 이미 대중에게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는 장기적으로 가치 있는 투자가 되었다. 여기에 50%가 넘는 사람들이 50년 이내에 우주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등 성과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면서 민간기업 참여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러워졌다. 


https://www.pewresearch.org/science/2015/07/01/chapter-8-attitudes-on-space-issues/


https://www.pewresearch.org/fact-tank/2019/07/17/how-americans-see-the-future-of-space-exploration-50-years-after-the-first-moon-landing/

민간기업이 우주탐험에 참여하는 것의 이점 중 하나는 여론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NASA는 대중의 감시를 덜 받는 기관이라고 할지라도 정부의 일부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것에 민감할수밖에 없고 정치적 지형 변화에 수반되는 예산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는 애초부터 "기업에 많은 정부 자금이 투입되면 그건 정부 기업이 됩니다. 나는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정부 지원을 많이 받는 것을 꺼려했다. 정부자금에만 의존하지 않는 민간기업은 정치적 영향에서 한꺼풀 보호되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투자금은 성취도에 근거하여 지불됩니다. 따라서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는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 협약은 정부의 표준적인 비용 추가 계약과 다릅니다. 비용 추가 계약은 계약업체가 일을 잘 못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지만, NASA와의 이번 계약은 우리가 한 말을 지키지 못하면 돈을 받지 못하는 구조니까요. 따라서 납세자들에게 불리한 조항은 전혀 없습니다.


미국인이 60%가 정부가 우주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믿는 지금,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성과중심 투자는 비용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인식을 줄뿐더러 실패에도 더 관대해지게 했다. 결국 스페이스 X는 무수한 실패를 견디고 로켓 회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외과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라면 수술 집도 건수가 1년에 단 12회에 불과한 의사보다는 주당 20~25회인 의사를 원할겁니다. 그래야 충분히 숙련된 의사라고 믿을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올바른 연습도 입니다. 로켓 발사 연습도 이런 빈도로 이루어져야 하고요.

우리 인간은 1년에 열두 번 하는 일로는 위대해질 수 없습니다.



<타이탄>에 등장하는 일론 머스크,제프 베조스, 리처드 브랜슨과 폴 앤런은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낸 위대한 탐험가들이다. 상상을 실천으로 옮기는 담대함과 환경적 요인들이 어우러져 이들의 도전이 더 빛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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