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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Dec 11. 2019

노동자들의 천국은 아직 갈길이 멀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오늘 회의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던 중, 고작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주변에 아이 키우는 부부들 중에 힘들지 않은 사람들은 웅이사님과 팀장님밖에 없다고 말이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은 육아가 언제나 고민이고 외벌이 부부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린다. 반면 팀장님과 웅이사님은 맞벌이를 하면서도 큰 어려움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드문 조건을 가지고 계시다. 웅이사님은 회의 날에도 4시 이전에는 육아를 하러 꼭 집에 가시고 팀장님은 주로 아이들이 잠든 밤과 새벽에 가장 많이 일을 하신다. 유연한 근무 형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개인적인 모임에서 만난 한 교수는, 자신이 학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회사를 다니기는 정말 싫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도 어떤 마음인지 잘 안다. 자유로운 성격인 나는 하루종일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게 상상만해도 싫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곳에 모여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시스템에 본능적으로 반감을 느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외근이 많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덜 받을 수 있는 일 위주로 직장을 찾았다. 체인지그라운드에 들어오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재택근무라는 메리트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난 재택근무에 매우매우 만족하고 있고 이제는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상상할 수 없다. 경험해보고 나니 원거리 근무는 더 보편화될 수 있고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고용형태는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가 다루는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과는 좀 다르지만 관련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체인지그라운드에는 나같은 정직원 말고도 파트타임으로 고용된 외주자들이 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외주자들은 '을 중의 을' 취급을 받는 것이 보통이지만 체인지그라운드는 외주자들을 경제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어떤 회사에 뒤지지 않을만큼 대우해주었다. 많이 일해서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가는 외주자들도 있었다. 



회사는 긱 이코노미의 다양한 고용형태를 시도하고 있고, 결과는 대부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직 일반화가 되지 않는 노동형태인만큼 회사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안전망이나 복지 혜택이 부족한 부분은 불가피했다. 한 회사에 고용되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지 않는 사람들이 n잡러가 되는 것은 이런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다.


"설령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고용주에게 이득이 된다 해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 고용주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긱 경제에는 이런 고용주가 노동자를 위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이 거의 없다."


"긱 경제는 노동자를 직원으로 등록하지 않고도 직원처럼 부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독립노동자의 수를 합법적으로 증가시켰다."


https://newneek.co/article-archive/?q=YToyOntzOjQ6InBhZ2UiO2k6MT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2400293&t=board  

캘리포니아 주가 우버 운전자들을 포함 긱이코노미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참신한 시도이고 언젠가는 시도해봐야할 보호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기업이 반발할 수 있는 법안이지만 상생을 위해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보통 '외주자'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노동법 사각지대를 벗어나기엔 갈길이 멀어보이지만 그래도 이러한 세계적 트렌드를 쫒아 빠른 시일 내에 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지금의 긱 경제가 구조적으로 노동자들의 파라다이스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꼬집는다. 그러한 시스템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충실한 법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줄여서는 안될 것이다. 아직도 먼 옛날 시절에 머물러 있는 노동법을 개정하는 것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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