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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Dec 07. 2019

당신의 연애가 매번 힘든 이유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들에게는 1년 중 가장 설레는 날 중 하나, '커플 천국, 솔로 지옥'의 대한민국에 사는 솔로들에게는 차디찬 외로움의 시간이다. 12월 25일을 달력에서 지우겠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그날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들이 인터넷에 종종 올라온다. 특히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12월은 더 큰 외로움과 자괴감의 시간이다. 

물론 비혼 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당당히 솔로를 외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솔로를 스스로 선택한 만큼 연애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20-44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 1위는 아직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해서였다.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해서' 안 하는 것이란 뜻이다. 


연애 상담 유튜버들이 점점 늘어나고 인기를 끌고 있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만큼 연애를 어려워한다는 걸 말해준다. 연애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제 마음을 고백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이성에게 인기 많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헤어진 연인과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회피형 연애 스타일" 

자신이 회피하는 성향이라서 연애가 어렵거나, 혹은 연인이 회피형이라 어려움을 겪는 내용이다.


영화 <500일의 썸머> 에는 회피형의 전형인 캐릭터가 나온다. 썸머는 톰을 좋아하지만 그가 더 깊숙이 삶에 들어올수록 그를 거부한다. 가정환경 때문에 사랑과 연애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커졌고 무의식 중에 남자들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썸머는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정면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갑작스럽게 톰과 거리를 둠으로써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저는 그저 저 자신의 공간이 좋을 뿐이에요. 아무리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 해도, 나만의 공간을 포기할 순 없을 것 같아요.

10년 동안 사랑에 관한 주제로 전 세계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양의 관련 연구를 집대성한 책 로라 무차의 <러브 팩추얼리>에는 회피형 애착 유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회피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잘못하면 거부당한다는 걸 배운다. 그래서 살아가며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애착을 붙이는 것을 피하게 된다. 그 결과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의 감각에도 무뎌진다. 

회피형 애착 스타일과 연애를 할 때 어려운 점은, 갈등 상황이 생기면 그것을 마치 없는 것처럼 취급하거나 상대방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갈등이 있고 그것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은 관계에서 당연한데 문제가 불거지면 상대방을 탓하거나 서로가 맞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가정한다. 회피형 성향은 연애 상대에게 자주 실망하고, 작은 일을 마음속에 담아두며 상대방과 점점 거리를 두고, 결국 갑자기 이별을 선언하기도 한다. 


회피형 애착 스타일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본인도 힘들다.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회피형 애착 유형을 가진 사람들은 겉으로는 자신의 공간을 원하고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에 들어가는 걸 꺼려한다. 하지만 이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무의식 깊숙한 곳에서는 사랑과 관심을 갈구한다. 


애착 유형은 흔히 어릴 적 경험이나 선척적으로 비롯되기 때문에 고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러브 팩추얼리>의 저자 로라 무차에 따르면 더 애착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획득된 안정형 애착'이라고 부른다. 


회피형 애착 유형에서 벗어나는 방법 4가지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1. 안정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 만나기

안정형 애착 스타일은 모두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적어도 한 사람이 위기의 순간마다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해줄 때 안정형 애착 스타일을 형성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부모 한 사람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빠르고 꾸준히 충족시켜줄 때이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안정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은 친밀감과 헌신을 편하게 받이들이며, 필요할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상대방을 잃게 될 거라는 걱정을 불필요하게 하지 않는다. 


파트너가 안정형 애착 스타일이라면 회피형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안정적인 사람을 만나면 서서히, 때론 괴로울 정도로 천천히 자신의 내적 모델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의 안정감을 통해 안정적인 애착 스타일을 키워갈 수 있다. 


이 방법이 가능하려면 먼저 안정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하며, 파트너의 행동이 당신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오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2. 자기 연민 가지기


자기 연민을 가지면 더 안정적으로 연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기 연민에 능한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더 건강한 생리학적 반응을 보이고 더 행복하며 더 낙관적이다. 그리고 동기부여도 더 잘 되며 삶에 대한 만족도도 더 높다. 우울증이나 불안감, 스트레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콤플렉스도 덜하다. 연애도 한층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기 연민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자기 친절

스스로를 비난하며 모질게 대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격려해주며 친절을 베푸는 것이다. 뭔가 잘못됐을 때 고통을 무시하거나 그 상황을 모면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다.


둘째, 인정

누구나 실수를 하며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실패를 한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며 자신이 겪는 고통이 당연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실패와 상실은 모든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는 걸 인정하면 자신에게 관대해질 수 있다. 


셋째, 마음 챙김

판단을 내리거나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관조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에게 실망하기보다는 멀리서 그 감정을 객관화해서 들여다본다. 마음 챙김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 신체 감각들에 집중함으로써 어려운 일을 겪을 때 현실을 직시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한다. 


3. 사색하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여성들 중 아주 사색적인 여성들은 거의 다 안정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이 되었지만, 전혀 사색적이지 못한 여성들은 6%만 안정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이 되었다. 사색하는 법을 배우고, 당신이 겪은 트라우마를 끄집어내 처리하는 법을 배우고 감정들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 


평소 사람들을 관찰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면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느끼고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감추려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사색은 우리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해 준다. 


사색을 평소 얼마나 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질문에는 이런 것이 있다. 


"당신 부모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경우, 사색적이지 못한 사람들은 답변을 잘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반면 사색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왜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깊은 이해를 보인다. 


4. 자신의 문제와 대면하기

가장 중요하며,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과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방어기제의 원인을 모르고 연애 패턴을 두리뭉실한 말로 합리화한다. 연애를 하지 않는 회피형 사람들은 연애가 적성이 맞지 않는다거나, 혼자가 편하다거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말로 얼버무리기도 한다. 사실 자기 안에 있는 회피적 기질이 타인을 사랑하는 데 장애물이 되는데 말이다.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는 톰을 만났을 때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말로 처음부터 연애의 가능성을 봉쇄하려고 했다. 


연애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혹은 연애를 할 때마다 무언가 잘못된 느낌이 들고, 자신은 로맨틱한 연애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자신의 애착 유형을 꼭 점검해봐야 한다. 


사랑은 지식과 노력과 배움이 필요한 기술이다. 우리가 그 기술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하는 건 우리 자신의 독특한 방어 기제와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열쇠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다가오려고 할 때 회피형 애착 시스템에서 비롯되는 짜증을 참는 것 등이다. 


"나는 깊고 친밀하고 의미 있는 동반자적 사랑(로맨틱한 것이든 아니든)이야말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쁜들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바쁜 한국인들의 일상 속에서 가장 소외 시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친밀한 관계가 아닐까 싶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랑과 자신이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 없이 관계를 맺고 연애를 하고 있다. 이유도 모른 채 힘들어하고 헤어지고 고통스러워한다.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찰을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미뤄왔다. 그 관계가 우리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내적으로 외적으로 가장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도 말이다. 친밀한 관계에 대해 더 깊은 시각을 갖추게 되면 비단 로맨틱한 관계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관계, 그리고 업무적인 관계도 향상시킬 수 있다. 


사랑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경험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책은 드물다. 당신이 안정형 애착 스타일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연인들이여, 더 뜨겁게 사랑하길.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솔로들이여, 다음 크리스마스에는 부디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모든 친밀한 관계의 지침서, <러브 팩추얼리>.

온 마음을 담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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