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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Jan 06. 2020

이상과 가장 현실적인 것 사이에서

경제학자들의 영원한 숙제

모든 학문의 목적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경제학은 주로 다루는 소재가 돈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 사람들의 먹고사니즘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일반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만큼 경제학자들도 학문을 통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자본가들에 비해 비참한 삶을 사는 노동자들이 혁명을 통해 체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한 카를 마르크스부터 시작해서, 전 세계가 부유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서 총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론을 발견한 데이비드 리카도, 빈곤을 피하기 위해서는 인구 감소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토머스 멜서스,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외친 케인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이 경제학자들의 유산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세계 곳곳의 대학에 경제학파들을 만들고, 열띤 토론의 씨앗이 되었으며, 전 세계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정치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대학원에서 Political Economy 를 전공하기 전까지 정치와 경제의 학문적인 상관성에 대부분 무지했다. 정치와 경제는 과거 정치경제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공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주류 경제 이론들과 제도의 연관성을 알고나자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정책은 당시 정치인들에게 설득력 있는 이데올로기에서부터 시작하고 일반인들의 삶의 이에서 파생된 정책들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경제 이론을 만드는 엘리트 경제학자들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실로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저자 토드 부크홀츠는 이 책에 다뤄진 경제학자들 모두에게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와 경제는 상호 작용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부는 필요악이나 선이 아니다.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들이 좋은 혹은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본질은 구세주도 사탄도 아니다. 

경제학자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면,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찬성하는 파와 그렇지 않은 파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존 스튜어트 밀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부의 개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고 케인즈와 베블런, 갤브레이스, 밀턴 프리드먼 등은 기본적으로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들 이론들 모두 완벽할 수는 없다. 양측 모두 일리 있는 부분이 있고, 너무 확대되어 적용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다. 


정부의 경제개입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를 위한 규제, 합리성을 따지지 않은 무분별한 개입, 그리고 단순히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한 개입은 더 큰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자본주의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았더라도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와 함께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게 계속 바뀌어야 하는 것이 경제 정책이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 긱이코노미의 확장, 갈수록 수명주기가 짧아지는 산업과 기업 활동 등에 많은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무엇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참고를 위해 이 책에 나오는 각 경제학자/경제 이론의 키워드와 핵심 구절을 밑에 정리한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도덕 감정론>, 보이지 않는 손, 노동분업, 공교육


-스미스는 자유로운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위정자들과 아무 연고가 없는 사람들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중앙 계획경제 체제에서는 정치권력이 경제적 지위를 결정한다. 그래서 왕과 군주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만이 부자가 될 수 있다. 

-노동자들에게 온정적이었던 스미스는 노동분업에 따른 대중의 우둔화 경향을 치료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교육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이 교육을 받음으로써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정신을 수양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애덤 스미스의 완전 경쟁이라고 하는 이상적인 세계는 세월이 흐르고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더 이상 타당하지 않게 되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국제 경쟁 강화로 인해 애덤 스미스의 자유시장 논리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으며, 오늘날에 더 잘 들어맞는다고 주장한다!


맬서스: 인구론, 적극적 억제, 예방적 억제, 유토피아적 논의, 도덕적 자제력, 빈민구제법 폐지, 


-맬서스는 인구가 25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맬서스는 자연의 엄격한 견제에 의해 통제되는 인구 성장이 임금을 최저 생계 수준으로 유지시킬 것이라고 예견했다. 

-맬서스가 관심을 두었던 영국과 유럽 대륙에서 사람들은 더 잘 먹고, 더 잘 살고, 더 오래 살았으며, 맬서스 자신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높은 '도덕적 자제력'을 보였다. 맬서스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몇 가지 흐름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몇 가지 분명한 통계학적 실수를 범했다. 


데이비드 리카도: 비교우위론, 자유무역주의, 단일세, 곡물법, 세이의 법칙


-리카도는 사람이든 국가든 가장 적은 것을 포기하도록 하는 분야를 전문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각자의 '비교우위'다. 전문화는 기회비용이 더 낮은 쪽에 의해 결정된다. 

-리카도는 세이의 법칙을 신봉했다. 세이의 법칙은 프랑스 태생의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는 일반적 과잉 공급이란 순전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입증했다.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



존 스튜어트 밀: 정치경제원리, 벤담주의, 공교육, 행복, 분배


-생산을 지배하는 것은 불변적인, 즉 보편적인 법칙이다. 그런 법칙에는 예외, 또는 임의적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따라서 생산에 대해서는 연역적 추론을 적용한다. 그러나 국부의 분배는 이와는 다르다. 그것은 전적으로 관례의 문제다. 그래서 분배에 있어서 인간은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어떤 법칙을 따르기보다는 기존의 사회적 관례나 개인적 선호를 따른다. 

-마르크스를 제외하면, 존 스튜어트 밀 이후로 경제학과 정치학을 비롯한 제반 학문에 정통한 사람은 등장하지 않았다.

-19세기 말에 이르러 경제학이 하나의 독립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치학이나 철학을 동시에 정통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카를 마르크스: 유물론, 언론인, 헤겔의 관념론 거부, 종교는 민중의 아편, 지배계급, 투쟁, 혁명, 공산주의


-신은 단지 인간의 욕망, 필요, 그리고 속성의 투사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신을 창조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열망을 신과 내세에 투영하는 한, 그들은 현실 세계의 물적 조건과 불의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물질적 생활의 생산 양식이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지적 생활을 조건 짓는다.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결정한다.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창조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는 못한다. 즉, 인간은 자신이 직접 선택한 환경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주어진 환경에서 역사를 창조한다. 

-자본주의가 도래한 것은 봉건주의가 몰락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자본주의는 공산주의로 가기 위한 꼭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단계가 아닐까? 


앨프리드 마셜: <경제학 원리>, 한계주의, 진화론, 탄력성


-가장 명확하고 포괄적으로 한계 분석을 경제학에 접목했다.

-앨프리드 마셜의 한계주의는 경제학에 접목된 진화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가와 소비자는 비약할 수 엇ㅂ지만, 차근차근 자신들의 주어진 상황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마셜은 기업들이 영원히 생존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기업가들은 신생 기업을 잉태하고 낳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업에 양분을 공급하고, 때에 따라 어르고 달래 성인으로 키운다. 그러나 얼마 뒤에 이들 기업가들은 늙어 죽는다. 이들의 대를 잇는 관리자들은 흔히 그렇듯이 전임자들보다 능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다른 기업가들이 낳은 새로운 기업들이 이 기업의 경쟁 업체로 성장할 것이다.


베블런과 갤브레이스: 제도주의, <유한계급론>, 신고전파 경제학 비판, 베를런 효과, 


-베블런은 경제학자들이 자신들의 분야에 너무 무몰되어 있기보다는 사회학자들, 인류학자들, 심리학자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할 때 더 좋은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을 기본적으로 쾌락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쾌락과 고통을 번개같이 계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베블런재는 소비자의 수요가 상품의 효용뿐만 아니라 그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격, 즉 예상되는 현시적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케인스: 정부기능 확대, 승수이론, 자유방임 전통과 대립, <일반이론>

-나는 기존 기업들이 모두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수단이자 개개인의 창의가 성공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기반으로 정부기능의 확대를 옹호한다. 


밀턴 프리드먼: 통화주의, 화폐 유통 속도, 화폐수량설 


-밀턴 프리드먼은 개인의 소비 행태가 장기적으로 볼 때 큰 변동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가 바뀔 때, 소비 행태도 바뀔 수 있다고 가정한다. 

-화폐량이 1년 동안 회전하는 비율은 화폐의 유통 속도라 불린다.

-통화주의자들은 화폐의 유통 속도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케인스주의자들은 불안정하다고 간주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개인의 소비 행태가 장기적으로 볼 때 큰 변동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가 바뀔 때, 소비 행태도 바뀔 수 있다고 가정한다. 


제임스 뷰캐넌: 공공선택학파, 이익집단, 포획이론

-공공선택학파 경제학자들은 정치를 경제학의 도구를 이용해 연구 분석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다시 말해, 그들은 정치를 일종의 경제적 행위로 간주한다. 경제학자들은 정치를 보면서 자포자기가 되거나 불쾌감을 표시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관료들과 입법자들의 왜 좋은 정책을 무시하거나 채택하지 않는지 물어야 한다. 정치도 넓게 보면 비즈니스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합리적 기대이론: 완전한 시장, 적응 모델, 효율적 시장 가설, 

-경제학자이자 시카고대학교 교수, 1995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커스와 미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사전트를 포함한 합리적 기대이론가들은 정부가 시장에서 행사할 수 있는 힘은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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