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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Jan 13. 2020

금융위기, 10년이 지난 이제 말할 수 있다.

세계적인 현대경제사학자 애덤 투즈가 쓴 책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생했으며 무슨 이유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지 그 원인을 파헤친다. 과거를 거슬러올라가 그 때 당시의 정치경제적 상황, 구조적 배경, 세계경제의 맥락을 살피고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요인을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열차의 탈선과 서로 상충되는 시각의 충돌, 놓쳐버린 기회라는 쓰라린 기억, 그리고 지도력의 실패와 집단적 행동의 부재와 실패다."


저자는 지금의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 초반의 거시경제학이라는 인지적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당시 거시경제학은 국가 단위의 생산체계와 이로 인한 무역수지 불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높은 실업률, 통화 및 재정적책의 딜레마에 빠져있던 2008년 금융위기 초반, 다시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케인스의 경제학이었다. 하지만 세계화가 많이 이루어진 지금, 금융위기의 원인을 분석하려면 전통적인 거시경제학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세계 경제를 국가간 경제 또는 국제경제의 상호작용이라는 "섬 모형(island model)의 관점이 아니라 은행간 기업의 대차대조표인 "서로 맞물리는 구조(interlocking matrix)"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금융위기는 은행간 서로 맞물리는 구조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놀라운 조정에 관심을 기울일 때만 이해할 수 있다."

 

출처: Yes24

큰 틀에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항상 같은 패러다임과 분석틀을 가지고 사회 현상을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대공황과 비교해서 지금 각 국가들의 경제는 세계화를 거치며 매우 빠른 속도로 융화되고 상호의존적이 되었으며 세계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MNC들이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 서있다. 


책은 미국 경제가 재정적자를 겪게 되면서 흔들리게 되는 배경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미국이 국가 부채를 통제하기 힘들어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달러 페그 환율제도를 도입해 위안화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지속적으로 달러를 사들였다. 중국의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치솟았다. 그 결과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게 되었다. 반면 미국이 짊어지게 된 경상수지 적자액은 2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책은 미국의 무역적자에서부터 시작해 미국 모기지 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넘어간다. 미국 모기지 대출사업은 정부기관이 대출증서를 사고 보증을 서는 시스템으로 발전했는데, 부실 대출을 많이 해주는 민간 은행들에 불가피하게 취약해지는 구조였다. 정부가 보장하는 높은 신용등급을 등에 업은 페니페이 같은 GSE기관들은 무차별한 대출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북미/유럽 중심의 금융 문제와 유로존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이후 금융위기 당시 상황이 본격적으로 묘사된다. 8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라서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금융위기라는 어려운 주제를 풀어내면서 세계 경제를 이해하려면 우리가 꼭 알아야할 배경 지식의 조각들이 이 책에 축약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국, 유로존, 경기부양책, 구제금융, 세계경제에 몸담그기 시작한 동유럽 국가들 등. 이런 배경 지식들이 합쳐졌을 때 세계 금융위기라는 현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고 경제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지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미국 교환학생 시절 들었던 금융 정책 과목과 대학원에서 들었던 '국가와 시장'이라는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경제는 배경지식이 있을 수록 더 흥미로운 주제이고, 그래서 더 공부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의 뿌듯함은 정말 클 것 같다. 앞으로 남은 내용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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