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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Mar 16. 2020

나비효과를 불러온 발명품들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컨테이너의 발명이 비중있게 다뤄진 것을 보고 조금 의아했던 적이 있다. 컨테이너가 유요한 것은 알겠는데 왜 그것이 교과서에 실릴만큼 중요한 사건이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팀 하포드의 <경제학 팟캐스트>를 보고 이제서야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팀 하포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경제학 콘서트>를 쓴,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를 쉬운 언어로 설명한 책을 써온 저자이다. 역시 이 책도 책장이 매우 수월하게 넘어갔다. <경제학 팟캐스트>는 세상을 바꾼 발명품에 대한 책으로, 역사를 바꿔놓은 여러가지 혁신적인 물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컨테이너의 도입이 혁신적인 사건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발명품 그 자체의 혁신성도 있었지만 기존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운송업체와 선박업체, 항구는 규격화된 컨테이너 시스템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사이즈의 컨테이너를 사용할 수 있기를 원했다. 또 항만 노동자 조합은 컨테이너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을 걱정해 컨테이너 도입을 반대했다. 이러한 반대에 컨테이너 도입이 무산될 수도 있었지만 맬컴 매클린이라는 미국인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화물 업체를 운영했던 매클린은 운송과 비용 절감에 관한 지식이 풍부했고, 다양한 이해관계들을 조율해서 컨테이너 시스템을 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결국 발명품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그리고 그 발명품을 어떻게 기존의 시스템안에 안착시키거나 현존하는 시스템을 조정하느냐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컨테이너 뿐 아니라 바코드와 콜드체인도 마찬가지였다. 컨테이너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바코드 역시 통합 시스템 안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업체들이 바코드를 받아들여야 이 시스템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유통업체는 생산업체들이 제품에 바코드를 모두 인쇄할 때까지 스캐너를 설치하지 않았고, 생산업체는 유통업체들이 스캐너를 사용할 때까지 바코드를 인쇄하지 않았다. 신뢰와 협의에 기반한 조율과 실천이 있어야 새로운 발명품이 효과를 볼수 있다.


요즘 서양에서는 마이크로 히스토리 (microhistory) 장르의 책이 유행이다. 소금이나 모기, 심지어 물고기 같은 작은 것 하나가 어떻게 역사를 바꿀 수 있었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흔히 발명품이라고 하면 미시적인 것으로 치부해 쉽게 넘겨버리기가 쉬운데 결국 역사는 작은 사건들이 모여서 큰 줄기를 형성하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발명품을 단순히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주목하는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작은 것이 불러오는 강력한 파급력을 생각하니, 앞으로 나와 내 주변의 작은 공동체가 불러일으킬 나비효과도 같이 기대가 된다. 이러한 면에서 개인적으로도 용기와 동기부여를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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