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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mpathizer Mar 24. 2020

사라져가는 이론을 부활시키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런던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김용이 학교에 와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분이 하셨던 말씀 중 하나는 아프리카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프리카가 발전하고 사람들이 점점 전 세계와 연결되어 가는 모습은 분명 좋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사람들보다도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미디어에서는 부유한 나라에 살면서 많은 기회를 누리는 사람들이 나오지만 비슷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꿈에 가까웠다. 그 전에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전 세계적 불평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과연 전 세계적 불평등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것인가?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불평등 분야 석학인 브랑코 밀라노비치가 쓴 책으로, 세계 불평등의 원인을 파헤치고 있다. 그는 세계화로 인해 수혜자자와 낙오자가 확연하게 갈렸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와 상위 1%는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이며 고소득 국가의 중하위층들은 세계화의 낙오자들이다.  

이 책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쿠즈네츠 가설이다. 쿠즈네츠 가설은 소득 수준이 매우 낮을 때는 심하지 않던 불평등이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증가하다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다시 감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즈네츠 가설은 고소득 국가들에게 나타나는 극심한 불평등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쿠즈네츠는 부가 증가하면 불평등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는데 어느 때보다도 부유한 지금, 불평등은 더 극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제일의 부자들이 몰려 있는 곳도, 극심한 소득 정체를 겪는 사람들이 몰린 곳도 모두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쿠즈네츠 가설을 현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재정립하려는 시도를 한다. 쿠즈네츠 곡선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뉘어질 수 있는 몇개의 파동으로 설명가능하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나고 있는 지금 이 시기는 쿠즈네츠 곡선에서 다시 한번 상승점에 위치한다. 지금은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시기로, 이전 시기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부가 축적되는 시기의 시점인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안정곡선을 그림에 따라 불평등은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불평등 분야 연구의 지평선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불평등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어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쏟아져나온 각종 연구와 이론들도 많았다. 기존의 이론을 완전히 뒤집어 엎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보완하려고 한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노력이 인상깊었다. 얇지만 이론과 논리로 빽빽한 책이라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찬찬히 읽으면서 더 잘 이해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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