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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수현 Oct 18. 2022

'입양된 영토'에서 들리는 목소리

- 나는 왜 국가 간/교차 인종 간 입양 관련 텍스트에 매료되는가.

1. 나는 왜 국가 간/교차 인종 간 입양 관련 텍스트에 매료되는가.


20대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흔히 '해외 입양'이라고 불리는 국가 간/교차 인종 간 입양 관련 텍스트를 찾아 읽었다. 내가 특히 한국의 해외 입양 당사자들이 쓴 글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Eleana J. Kim이 "입양된 영토(Adopted Territory)"*라고 지칭한 바 있는 독특한 문화 종족 집단(ethnogenesis) 출신 작가의 글을 읽으면 매번, 심층적인 사고의 지각 변동을 겪게 된다. 어떤 텍스트를 통해 마치 지진을 겪듯이 사고의 변화를 물리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경험은 흔치 않다. 그런데 "입양된 영토(Adopted Territory)"의 이야기들은 내가 살아온 세상에 대해서 전혀 보지 못했던 모습, 짐작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측면, 감춰진 비밀과 이면을 매우 낯선 언어로 보여준다. 텍스트를 접할 때마다 늘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린 듯 가슴과 머리가 열린다. 그 느낌을 한번 경험하면 계속 찾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 무엇보다 이론적으로 풍부하다. 소수자 연구(minority studies) 분야의 텍스트가 그러하듯,  국가 간/교차 인종 간 입양에 관한 텍스트들은 그 어느 분야 보다도 이론적으로 풍요롭다. 어떤 절실함에서 비롯된 언어들이 그러하듯, 그 분야에서 제시되는 개념과 이론은 정확하게 그것이 필요한 삶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그 사고와 이론의 풍요로움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계속 찾게 된다.


대학에서 <가족과 문화 family and culture> 수업을 맡으면서, 국가 간/교차 인종 간 입양에 대한 국내외 관련 연구를 검토하고 정리하여 강의한 바 있다. 학생들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때 관련 국내외 연구 동향을 소개하면서 이론과 개념을 설명할 때 정말 짜릿한 깨달음을 경험했다.  


2. 첨부한 사진 : 내 서재의 한국의 해외 입양 관련 컬랙션.


마야 리 랑그바드는 <그 여자는 화가 난다>에서 한국의 해외 입양 당사자가 쓴 책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화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읽은 책들은 거의 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잘 알려진 그래픽 자서전 전정식의 <피부 색깔 = 꿀색>, 리사 울림 세블룸의 <나는 누구입니까>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마야 랑그바드의 <그 여자는 화가 난다>를 읽고 나서, 이 책을 Eleana J. Kim의 "입양된 영토(Adopted Territory)"와 같이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Eleana J. Kim의 책을 번역 출판해 주면 좋겠다.


사족. 내가 읽었던 해외 연구 중 특히 흥미롭게 읽었던 연구는 Transracial identity 관련 연구, 한국계 미국인 입양인의 한국 이름 되찾기(reclaiming) 과정과 그 의미에 관한 연구였다.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 Eleana J. Kim, Adopted Territory : Transnational Korean Adoptees and the Politics of Belonging, Duke University Press Books; Illustrated edition (November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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