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가방 하나 둘러메고 언제든 그리고 어디든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닌답니다. 할머니 아는 분들이 그래서 ‘덕금이는 도깨비’라고 한답니다. 언제 ‘짜잔~’ 하고 나타날지 모른다고 해서요. 그런 할머니 곁에는 껌딱지 묘경이도 항상 함께 였지요.
묘경이가 다섯 살이던 어느 날에도 새마을호 기차를 탔답니다. 할머니께서 어디를 가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의 꼬꼬마 묘경이는 여전히 우리를 웃음 짓게 하네요.
서울역에서 기차에 오른 할머니와 묘경이, 열차표에 적힌 좌석에 앉고 나서야 할머니의 빨간 가방이 열립니다. 가방 안에는 기차여행에서 묘경이가 먹을 과자가 가득 입니다. 할머니는 좌석 앞에 마련된 테이블을 펴고 묘경이가 먹을 수 있도록 과자 두어 개를 뜯어 주십니다.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아저씨가 끌차를 끌고 나타납니다. 지금에야 사라진 풍경이지만 예전 기차에는 홍익회 아저씨가 끌차를 끌고 다니며, 사이다며 맥주, 찐계란, 전기구이오징어 등등 먹을 것을 파셨거든요. 기차에 탄 아이들은 끌차가 지나갈 때마다 이것 사달라 저것 사달라 떼쓰기 일쑤였네요.
아무튼 끌차 아저씨의 등장에 할머니는 ‘앗차!’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가~ 묘경아잉~ 묘경이는 먹을 것이 많으니께 저것은 사먹지 말자잉~ 할머니는 저것 사줄 돈도 없다니께~”
영특한 묘경이는 할머니의 말에 눈치를 채고 연신 고개를 끄떡끄덕입니다.
그렇게 끌차 아저씨가 옆을 지날 때 묘경이는..
“안사요~”
할머니는 한 번의 고비를 잘 넘겼다 싶었는지 웃음만 나옵니다.
어느덧 기차 맨 끝에까지 갔던 끌차 아저씨가 돌아와 또 옆을 지나갑니다. 또 묘경이는.. “안사요~”
아니 아저씨가 무얼 살거냐고 묻지도 않았는데 어찌 자꾸 안산다고 할까요 묘경이는 ^^
시간이 지나 자기 앞에 놓인 과자를 다 먹으니 할머니는 또 다른 과자를 펼쳐 주십니다.
‘묘경이 똥냄새는 초콜레트 냄새라니께 을매나 달콤한지 몰러’, ‘아이고 우리 각하님~’ 할머니는 묘경이가 무척이나 좋으신가 봅니다. 이렇게 저렇게 기차는 달리는데 끌차 아저씨도 함께 달리니 문제입니다.
끌차 아저씨가 세 번째 나타났을 때 방긋방긋 신나게 놀던 묘경이의 표정이 어두워 집니다. 아저씨가 근처에 다달았을 때에는 급기야 울먹이기 까지 합니다.
아저씨가 옆을 지날 때 묘경이가..
“아따~ 사람 죽것네! 사람 죽것어! 안 산다니까 왜자꾸 와요!”
결국 울음을 터뜨립니다.
할머니는.. 지갑을 열어야만 했습니다. ^_________^
당시 묘경이는 자신 앞에 놓인 과자가 있더라도 옆을 지나가는 다른 과자들이 얼마나 먹고 싶었을 까요. 그래도 할머니가 얘기를 해 둔지라 과자 사달라고 조를 수도 없는 노릇인데..
끌차아저씨는 그런 묘경이 속도 모르고 제 할 일에 집중하다보니 그 사단이 났던게지요.
지금에서야 다시 떠올려 보니 묘경이는 ‘안사요’라며 자신의 인사를 건냈던 것이 분명합니다. 사고 싶은 과자가 분명 보였겠지만 한 번은 참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두 번, 세 번 째가 되어서는 자신의 인사를 분명하게 비추었네요.
실은 어른이들은 말이지요. 아이의 행동과 말에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 낼 수 있답니다. 어느 정도는 말이지요.
행여나 아이의 그런 마음이 보이시거든. 미리 알아서 조치해 주셔요. 괜한 눈물 빼게 하지 마시구^^
기차에서는 이제.. 더 이상 끌차를 볼 수 없네요. 아이들이 떼쓰지 않는 것이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참 그리운 것은 사실이네요.. 홍익회 아저씨가 끌고 다니던 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