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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f Merak Jun 29. 2020

남 탓이 제일 쉬워요..

출근길..


지하 1층에 주차하고 건물 중앙 엘리베이터에 도착했을 때

운 좋게도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막 도착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건물청소하시는 분이 이동식 청소도구함을 가지고 내리시기에 먼저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일찍 출근하셨네요.”     


“네, 기분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짧은 인사를 마치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하는데,

좀 전에 그 분 다급한 목소리로 엘리베이터를 세우신다.     


“아니 지하 1층이면 지하 1층이라고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니에요. 나는 지하 2층 가는데 아저씨 때문에 지금 지하 1층에서 내렸잖아요.”     


“... ...”     


순간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음 급하셨던지 그 분은 이내 화까지 내신다.     


“저희가 아침에 얼마나 바쁜지 모르시지요? 그리고 출근길에는 엘리베이터 타기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뭐야! 벌써 11층을 눌러 놓으면 어떻게 해요!!”     


“죄송해요. 저는 그저 인사만 했는데요.”     


“바뻐 죽겠는데 아침부터 정말”     


그 분은 다른 엘리베이터를 누르셨고, 나의 평화로운 출근길은 깨졌다.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 해봤다.     


나는 지하 1층에서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를 봤고, 당시 엘리베이터 버튼은 누르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서 11층을 눌렀어도, 그 분이 지하 2층을 먼저 눌렀다면 엘리베이터는 11층이 아닌 지하 2층으로 갔어야 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11층으로 갔으니 결론은 그 분이 지하 2층을 누른다는 것이 지하 1층을 눌렀다는 이야기인데..     


자신이 잘못 눌러 놓고 내 탓을 하고 있었구나. 


내가.. 당했구나!! ㅎㅎ ㅎㅎ ㅎㅎ


하긴 남 탓 하는 것이 제일 쉽지.     




오전이 지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그 분 내게로 다가와 사과하신다.


별일도 아닌데 아침부터 화를 내서 미안하다며 웃으신다.


별일 아닌데 마음 쓰지 마시라고 웃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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