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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동범 Jan 14. 2024

혼자만의 식사

픽션에세이_보통의 식탁_06






당신은 혼자 밥을 먹는 것을 무척이나 곤혹스러워했다. 식당에서 홀로 밥을 먹고 있으면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곤 했다. 당신은 혼자 밥을 먹을 때면 엄마 없이 혼자 밥을 먹는 아이의 기분이 든다고 했다. 혼자 밥을 먹을 먹을 때면 행복한 포만감을 느끼기보다 부끄럽고 불편한 마음이 앞섰다.


당신은 이제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자신이 없다.
어떤 때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일주일을 지내기도 했다.


당신이 혼자 밥 먹을 때의 서글픔을 개의치 않게 된 것은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부터다.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하던 나날들. 만나는 사람도 없이 혼자 밥을 먹고 공부하고 잠자리에 드는 지루한 날들이었다. 혼자 먹는 밥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더 불편했다. 


Ⓒpixabay


당신은 하루 두 끼 이상 혼자 밥을 먹는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익숙해지고 나서, 당신은 이제 근사한 레스토랑 같은 곳에 혼자 가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왠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야 할 것만 같은 곳. 그런 곳에서도 이제 스스럼없이 식사할 정도가 되었다며 희미하게 웃는 당신을 본 적이 있다. 당신은 이제 혼자 식사를 하며 천천히 신문을 읽기도 하고, 식사를 마친 후에 잠시 책을 읽기도 한다.


밥을 먹고 나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시간은 당신이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당신은 아침 일찍 도서관에 나와 늦은 밤까지 묵묵히 공부를 한다. 고요한 도서관에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다. 굳이 창밖을 살피지 않는다면 비가 오는지 밤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당신의 삶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의 연속이다. 그렇게 당신의 하루하루는 무미건조하게 지나간다. 


Ⓒpixabay


당신은 대학을 졸업할 즈음 취업 준비를 시작한 뒤에 세상과 완벽하게 단절된 것만 같다고 말하곤 했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 당신은 집과 도서관 근처를 떠나본 적이 없다. 한 달에 한 번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이 당신의 유일한 외출이다.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 지도 오래되었다. 당신은 이제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자신이 없다. 어떤 때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일주일을 지내기도 했다.


당신의 식사 시간은 길어야 십오 분을 넘기지 않았다. 숟가락을 들고 묵묵히 음식을 먹는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서관 식당에서 혼자 먹는 밥은 언제나 고요하고 쓸쓸하다. 어느 밤, 창밖으로 비가 왔는지 눈이 내렸는지 당신은 그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여전히 혼자 밥을 먹을 것이다.  당신 앞에 놓인 빈 그릇이 서늘하게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다. 당신의 저녁이 쓸쓸하게 저문다. 그때 창밖으로 비가 왔는지, 아니면 눈이 내렸는지 당신은 여전히, 여전히 알지 못한다.



조동범, <보통의 식탁>(알마, 2018) 중에서







조동범

매일매일 읽고 쓰며 호숫가를 산책하는 사람이다.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은 이후 몇 권의 책을 낸 시인이자 작가이다. 시와 산문, 비평과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으며, 대학 안팎에서 문학과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실천하며 길 위의 삶을 살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시집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 <존과 제인처럼 우리는>, 산문집 <보통의 식탁> <알래스카에서 일주일을>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인문 교양서 <팬데믹과 오리엔탈리즘> <100년의 서울을 걷는 인문학>, 글쓰기 안내서 <부캐와 함께 나만의 에세이 쓰기> <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 시창작 이론서 <묘사 진술 감정 수사> <묘사> <진술>, 문학평론집 <이제 당신의 시를 읽어야 할 시간> <4년 11개월 이틀 동안의 비>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연구서 <오규원 시의 자연 인식과 현대성의 경험> 등이 있다. 김춘수시문학상, 청마문학연구상, 미네르바작품상, 딩아돌하작품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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