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다. - 男

남편의 章

by Monked

각 집안의 가정사는 다른 사람이 정확히 알기 어렵다. 지금의 아내도 결혼 전에는 우리 집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결혼 후에도 한동안은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나 집안의 이해할 수 없는 결혼 반대에 부딪혔을 땐, 이상한 생각이 들었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이유가 이해가 가질 않으니, 다른 무슨 중대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혹시 내가 결혼을 한 번 했다가 이혼을 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아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로 결혼 생활을 한 번 정도 한 적이 있어서 집안에서 반대하는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그런 생각이 멈추질 않아서 아는 선배에게 의논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선배가,


“그 나이가 되도록 뭔 일인들 없었겠어? 오히려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중년의 사랑은 청년의 사랑과는 달라. 혹시 그런 일이 있더라도 아이만 없으면 되질 않겠어?”


그녀는 이 말을 듣고 묘하게 스스로 설득됐다고 한다. 50여 년의 세월 동안, 더구나 세상을 버리고 깊은 산에서 13년을 스님으로 살 정도의 삶을 살아온 나에 대해, 과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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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버지를 찾아뵈었다. 결혼하기 위해서 아버지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집을 사는 것은 기대하지도 않았고, 전세나 혹은 월세를 내기 위한 금액을 도움받기 위해서였다.


“아버지, 좀 도와주세요.”


이 말은 아마도 결혼하지 않는다면, 절대 내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 앞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다. 많이 도와주지는 못한다. 어디 경기도 변두리에 살만한 월세 보증금 정도는 줄 수 있다. 그리고 조건이 있다.”

“?”

“형의 허락을 받아라. 네 형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것도 도와줄 수 없다.”

“아버지, 그게 가능하다고 보세요?”

“난 모르겠다. 넌 왜 형을 믿질 않냐?”

“아버지, 이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돼요. 그리고 형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형이 결혼을 반대하는 그 자체도 말이 되질 않고, 그렇다고 해서 이 반대를 설득한다는 것도 말이 되질 않아요.”

“네 형도 이유가 있겠지, 아무튼 형의 허락이 없으면 도움은 없다.”


우리 집은 지독한 장남 우선주의 집안이다. 더구나 장남이셨던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서 책임만 지워지고 권리는 약한 불합리한 삶을 사셨다. 더구나 아버지의 동생들, 그러니까 삼촌들이 늘 아버지를 괴롭혔다. 1950년대에 경기중학교 고등학교와 쌍벽이었던 서울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아버지와는 달리, 삼촌들은 변변찮았다. 제대로 대학을 나온 분이 없었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모두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할머니는 못난 아들들 편이 되어, 늘 아버지에게 동생들에 대해서 양보를 강요하셨고, 할아버지는 이런 관계는 무시하고 아버지에게 의지한 것 같다. 그리고 삼촌들도 아마 자신들의 큰형이 자부심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늘 열등감에 시달렸을 것이고, 그 열등감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부딪힘이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집안의 기둥으로 힘들었고, 삼촌들은 그들대로 비교되는 삶에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에 충실했던 삼촌들은 책임 없는 권리의식으로 늘 아버지를 힘들게 했다. 아마 아버지도 벗어날 수만 있었다면, 장남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렇게 그 누구도 좋을 수 없는 장남 우선주의의 삶은 아버지에겐 늘 불편한 진실이었다.


이런 이유로 아버지는 장남의 권위를 중요시했고, 그 수혜자가 형이었다. 형은 서울에 있는 꽤 좋은 대학을 나왔고, 스마트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당시 외국계 회사의 파트장을 하고 있었고, 사는 곳은 강남 압구정동의 50평대 아파트였다. 형은 나와는 달리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아버지에게 흡족한 아들은 아니었지만, 나름 부족하지 않은 아들이자 장남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손자 둘을 안긴 사람이었다. 나에겐 잔소리와 간섭이 심한, 욕심 많은 형이었지만, 부모님과의 관계는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스님을 하는 동안, 나름 부모님을 잘 챙기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아버지, 그건 불가능해요. 동생의 결혼을 형이 반대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아버지가 저에게 형을 설득하라는 건 더 말이 되질 않아요.”

“넌 왜 형을 싫어하냐.”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산에서 기도할 때는 형이랑 형 가족 모두를 축원했어요. 형 때문에 삶이 그렇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다 용서하고 축원했어요. 형은 늘 이런 식이었고, 아버지는 늘 형의 편을 들었죠. 사실 형보다는 이런 형을 편드는 아버지 때문에 힘들었어요. 아무튼 이제 더 이상 형네 집안을 축원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나에게 형은 늘 그런 사람이었어요."

“.....”

“그럼, 결혼 포기할게요. 그리고 그녀에게 이런 이유로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할게요.”

“아니~. 그건~.”

“형은 아버지가 아니에요. 형이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면, 반대하지도 않았겠지만~.”

“그래도 형을 한 번 만나봐.”

“아버지가 원하시면 만나볼게요. 그리고 나도 결혼하고 싶고 아쉬우니까 만나긴 할 거예요. 그런데 기대하진 마세요. 내가 아는 형은 제가 잘 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제가 깔끔하게 결혼 포기할게요. 아마 그녀랑은 헤어지게 되겠죠. 어차피 결혼이 깨지면 그녀와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 그건 안된다. 결혼 자체를 포기하진 마라.”

“저도 그러고 싶어요. 하지만, 되지도 않을 일에 매달리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결혼은 해. 그런 애도 흔치 않아.”

“흐유~. 저도 알아요. 아무튼 알겠어요.”


그렇게 아버지와의 대화는 끝이 났다. 아버지는 나와 형의 관계가 정립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형의 권위를 지켜줘서, 집안의 계통을 확립시키고 싶어 하신 것 같았다. 아버지, 당신이 동생인 삼촌들에게서 받고 싶었던 존중과 권위를, 형을 통해서 확인하고 대리만족하고 싶어 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형은 아버지가 아니었고, 나도 삼촌들이 아니었다. 형은 유능하지만, 그릇이 작은 사람이었고, 동생이 행복해지는 것조차 용납이 되질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고민은 이해하지만, 되지도 않을 일에,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뒤 집에 돌아와 깊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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