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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푼 May 08. 2020

당신이 도전하지 못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곰곰이 생각에 빠져 보았다.

나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아빠나 갈래요중국.’

흰머리 한 올 찾아볼 수 없는 젊은 모습의 아저씨와 앳된 모습의 꼬마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방금 그 한 마디는 꼬마가 꺼낸 말이다. 불과 열한 살밖에 되지 않는 꼬마는 일생일대의 결단을 한 게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그냥 철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가지 마!’라고 크게 소리쳤지만, 저들에게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꼬마를 말리고자 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 세 가지만 꼽자면, 

1. 형편에 맞지 않는 유학을 보내시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아파서 

2. 멀리 떨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화장실에서 혼자 눈물을 훔칠 꼬마 생각에 안쓰러워서 

3. 수업을 1%도 소화하지 못하는 답답함에 머리가 훤하게 빠져 걱정하는 꼬마가 안타까워서였다. 

그깟 외국어 안 배우면 어때. 돈은 땅 파서 나오나? 그리고 열한 살이면 아직도 가족들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고 이때가 안정적인 정서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머리까지 빠져가면서도 가야 할 만큼,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선택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 여전히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보다.


눈을 떴더니 비행기 안이었다. 비행기 좌석 스크린에 2005년 1월 25일 날짜가 표기되어 있었고, 나는 열한 살짜리 꼬마였다. 부모님도, 누나들도 없이 ‘혼자’였다. 그리고 내가 우려했던 일들은 변함없이 일어났다. 수업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답답함에 머리카락이 훤하게 빠지기 시작했고, 가족들이 보고 싶어 남몰래 화장실에서 우는 날도 많았다. 또한, 없는 형편에 유학을 보내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안 좋았다. 그렇게 2년간 ‘나 홀로 중국 유학 생활’이 지나갔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만약 그때로 돌아가서 어린 시절의 ‘나’를 말릴 수 있었다면 말렸겠는가? 아니. 절대. 가족의 품을 떠나 타지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다. 그러나 그중 가장 소중한 자산은 ‘도전’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이다. 머리도 빠지고, 돈도 많이 들어가고…

아니. 도전하는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걸로 족하다.


도전은 모든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조차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소한 행위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 ‘도전’이라는 가치가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 살짜리 꼬마가 세발자전거를 처음으로 혼자 타게 되면 이것은 ‘시작’이자 ‘도전’이다. 5년 뒤, 초등학생이 된 그 꼬마가 다시 두발자전거를 처음으로 타게 되면 이 역시 ‘새로운 시작’이자 ‘도전’이 된다. 지금 내게는 자전거를 타는 일이 ‘일’도 아니고, 일상이겠지만 만약 ‘외발자전거’를 타게 된다면 이 역시 ‘도전’이다. 

꼬마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 그 꼬마를 비웃을 사람이 있겠는가? 넘어진 꼬마가 다시 자전거에 타 페달을 밟는다면, ‘또 넘어질 텐데, 뭐 하러 타?’하고 비웃을 사람이 있겠느냔 말이다. 다시 넘어질 걸 알면서도 목표를 위해 페달을 밟는 것, 그게 바로 ‘도전’이고 그래서 도전이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어릴 적 도전의 아름다운 가치를 깨달았기 때문에, 그 후 인생에서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었다. 후진타오의 정치적 기반이 되었던 공산청년단 소속의 청년 수십 명과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스피치를 해 대상을 탄 적도 있었고, 공군 장교로서 매주 장성급 지휘관 대면보고를 직접 들어가는 진귀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작가로서 글도 쓰고 있지 않은가? 

도전하지 않으면서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도전 뒤에 남는 실패와 성공 그 모든 것은 아름답고, 이들은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다.

나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도전’이다.

그러니 당신도 한 번 도전해 보아라.

열한 살 난 꼬맹이도 가족의 품을 떠나 홀로 중국 유학을 했는데,

당신이 도전하지 못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당신의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응원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三好学生' : 중국 초중고에서 사상·학습·품행이 뛰어난 학생에게 수여하는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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