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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푼 Mar 19. 2020

카투사, 그게 아무나 되는 건지 알았어?

필승! 신입사원입니다

대한민국의 남성에게 ‘군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군 복무를 어떻게 이행할지 그 수단은 선택할 수 있지만, 군대에 갈지 말지를 정할 순 없다. ‘군대 문제’는 모든 20대 청년의 골칫거리이다. 오죽하면 ‘군 문제 해결’이라는 표현을 쓰겠나. 자랑스럽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한낱 해결해야 할 문젯거리로 치부해버리다니.


최근 국방부 군 복무 기간 단축 정책에 따라 육군은 21→18개월해군은 23→20개월공군은 24→22개월로 대폭 줄었다. ‘다녀올게.’하고 입대하면 순식간에 전역모를 쓰는 세상이다.


공군 학사장교는 자그마치 40개월이나 복무하는데. 40개월이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간단히 설명하자면, 육군으로 두 번 군 생활해도, 무려 4개월이라는 시간이 남는다. 그럼 그 4개월 동안 기초 군사훈련을 4번이나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5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나는 공군 학사장교로 입대할 것이다. ‘18개월’이라는 기간이 상당히 유혹적이지만 공군 장교로 3년간 복무하며 이를 상쇄할 만큼의 경험치를 쌓았기 때문이다.


비록 대기업 인턴 경험은 없지만 업무 수행능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에 있어서 결코 뒤처지지 않을 거라 자부한다. 20대 중반에 중간관리자로서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군대가 아니고서야 과연 세상 어느 조직에서 겪을 수 있을까?


이렇게 장교 예찬론을 펼치고 있는 나조차도 ‘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하고 고민하던 20대 청년이었다.


때는 2013년 여름이었다. 남들 다 가는 군대지만 이왕이면 편하게 다녀오고 싶었다.

굳이 그때의 나를 대변하자면 ‘군생활 2년 동안 뭐라도 남는 게 있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바로 카투사(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였다.

육군과 복무 기간이 같지만 주한미군 부대에 배속되어 복무한다는 게 큰 메리트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외출, 외박도 자유롭고 햄버거, 피자, 치킨은 물론이거니와 스테이크도 종종 썰어 먹는다고 한다.


특히 속칭 ‘용투사(용산에서 복무하는 카투사)’로 불리는 사나이들은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매일 일과 후에 또는 주말마다 숙대입구, 이태원 등 서울의 핫플레이스들을 활보하며 놀 수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매력적이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내게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영어를 좋아하지만 내 영어는 ‘입시 영어’에 치중된 영어였기에 외국인이 말을 걸 때마다 시선을 회피하곤 했다. 카투사는 해외연수를 가지 않고도 내 ‘영어울렁증’을 해소시켜줄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김칫국부터 한 사발 시원하게 들이켜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카투사의 경쟁률이 그렇게까지 치열한지 몰랐고, 여태껏 살아오면서 실패의 경험이 부족했던 나였다. 기다리고 기다려왔던 카투사 발표날, 결과는 역시나 ‘불합격’.

우울해하고 있던 나에게 ‘카투사가 좋은 거야?’라고 물어봤던 친구가 있었다. ‘왜, 너도 내년에 지원해보게?’라고 물어봤다. 그 친구의 대답은 ‘아니, 나 이번에 붙어서.’ 그 친구는 카투사가 뭔지도 몰랐는데 내가 지원하는 거 보고 같이 지원해봤다고 한다.


그리고 그 친구는 그다음 해에 ‘용투사’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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