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포스터다.
매일 보지만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저걸 보고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있을까?
안녕하세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이게 가능한가?
크리에이티브 없이 형식적으로 만들었네.
라고 생각했었다.
카피라이터 출신으로서
저런 1차원적이고 비현실적인걸 요구하는 메시지 전달은
용납할 수 없어 무시했었.. 아니 욕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 포스터가 예사롭지 않다.
한 어린 친구 덕분이다.
출근할 때 항상 먼저 인사하는 친구가 있다.
교대 근무를 하기에 내가 출근하면 그 친구는 퇴근이다.
그래서 출퇴근할 때가 거의 유일한 마주칠 때다.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깍듯이 인사한다.
단 한 번도 인사를 거르지 않는다.
나에게 인사를 잘해봤자 그 친구에게 돌아갈 덕은 없다.
그렇지만 매번 진심으로 인사하는 느낌을 주고,
인사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퇴근할 때는 그 친구가 업무를 막 시작하는 중인데,
멀리서도 눈이 마주치면 하던 걸 멈추고 얼른 인사한다.
그 친구의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그 친구와 나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시간대가 다르게 근무하고, 업무가 달라 어울릴 수 없다.
모르는 사이랑 다름없다.
그런데도 그 친구에게는 뭘 해줘도 아깝지 않다는 마음이다.
진심으로 그런 마음이 들고,
내가 살 테니 술 한잔 하자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다.
인사의 힘이다.
그 친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 친구는 뭘 더 알 것도 없이 이미 내게 좋은 사람이다.
인사의 힘이다.
그 친구는 나보다 한 참 어리지만,
그 친구에게 인사를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그 친구의 인사를 존경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내릴 때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못해 인사했었다.
내가 먼저는 없었다. 성격이 그런 것 같다.
어차피 남인데 인사해서 덕 될 것도 없고,
안 한다고 해 될 것도 없다는
무의식적 계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이런저런 따지기는 잠시 버리고,
그 친구에 대한 존경을 실행하고자
먼저 인사하기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먼저 인사받는 기분 좋음을 알았으니
저 포스터의 메시지를 받아들여본다.
그 친구의 인사가, 적어도 나에게는
저 형편없는 포스터를 가치 있게 했다.
단, 안녕하세요. 까지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이건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