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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씨 Apr 10. 2022

나와 글 _ 작가 아니고 블로건데요?

3인칭 회고록 09

J는 이제 작가가 아닌 OO엄마가 되었다. 완전한 엄마 모드가 된 것이다. 2살 터울이 나는 남매를 정신없이 키우는 약 5년 동안은 책 읽을 시간도 부족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둘째가 어느새 어린이집을 다닐만큼 컸고, 단 몇시간이라도 그녀만의 시간이 생겼다. 육아하느라 힘들 때는 그렇게 혼자 있고 싶더니, 막상 집에 혼자 있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처음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나씩 해치우며 보내다가 문득 뭔가 나를 위한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뭘 좋아했더라?'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다시 가지게 돼도 글을 다시 쓰고 싶다거나 하진 않았다. 대학 입학부터 첫째가 생기기 전까지 한 13년 동안 의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글을 썼더니 어지간히도 싫어졌던 모양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번 블로그를 해볼까 싶었다. 사실 J는 첫째가 5개월 됐을 무렵부터 지역 맘카페에서 같이 영어 공부할 엄마들을 구하고, 꾸준히 모임을 가져오고 있었다. 선생님이 있는 전문적인 모임은 아니었지만 엄마들끼리 미드 대본을 외워 보거나, 완벽한 문법은 아니더라도 영어로 말을 해보는 동아리 수준이었다. 하지만 영어를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같았고, J는 이 공부를 기록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게다가 요즘 블로그로 돈도 벌 수 있다던데?'



아이들이 아직은 어려 풀타임으로 다시 일을 할수도 없었던 상황. 일을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결심하고, 블로그 강의까지 들었다. 포스팅을 하는 작업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내 생각이 담긴 글이 아닌, 정보를 주는 글을 숨쉬듯 쓰던 그녀였으니까. 오히려 클라이언트의 피드백 없이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영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어떤 자료와 방법이 좋은지 쓰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블로거들과 교류도 늘고, 욕심도 생겨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소모임까지 만들기도 했다. 지금이야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화상 미팅 프로그램인 줌(zoom)이나 비대면이 일상이 됐지만 그때만 해도 소수만이 알고 있던 세계였다. 모든게 신기했던 J는 열심히 블로그를 쓰며 다양한 활동을 했고, 온라인 인맥을 쌓으며 소중한 인연들도 만들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긴 했지만 딱히 스트레스가 없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블로그에 쓰는 글은 진짜 글이 아니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글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이상한 방어기제를 만든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쓸데없는 생각이며 오만이었다. 블로그에 쓰는 글도 엄연한 글이다.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올리거나 정보를 줄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훌륭한 장르인데 말이다.


이렇게 일부러 글을 피하고 외면하던 어느 , 그것이 오고야 말았다. 제대로 , 거대한 글쓰기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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