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상담사의 의심과 확신
초보 심리상담사로서 상담을 공부하다 보면 의심이 드는 게 있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항상 연락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사람을 낫게 한다는 걸까. 고작 마음 대화가 어떻게 실질적인 해결이 된다는 걸까.
몇 차례의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한 가지 깨달음을 어렴풋이 느끼는 것도 같다. 사람은 자신의 모습 중 어느 하나 소외하지 않고 껴안을 수 있게 됐을 때 아픔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정적인 우리의 모습을 자비롭게 바라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외면한다. 그 안에는 무능력함이 있을 수도 있고, 외로움이 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외면하는 부분은 다 다르다.
외면하고 억누르고 있었던 모습을 상담에서 꺼냈을 때 아무 판단도 받지 않고, 그대로 수용받을 때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내담자는 지금까지 진짜라고 믿고 있던 세계를 점검하게 된다. ‘이런 모습은 창피한 모습이지.’라는 단단한 믿음에 균열이 생긴다. 더이상 나의 모습을 거짓되게 숨기지 않고 진짜 마음과 접촉하게 된다. 그리고 이 찰나의 순간이 한 사람을 변화시킨다. 참 신기하다.
우리는 우리 안에 미워하는 모습을 하나씩 갖고 산다. 나지만 나라고 여기고 싶지 않게 되어버리는 이유는,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수치스럽거나 죄책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간절하게 사랑받고 싶던 사람이 있지 않는가.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내 모습을 수용받지 못했을 때 사람은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그래서 점점 나의 일부만을 골라 사랑받을 법한 나만 남기고 밑으로 꾹 누르게 된다.
하지만 나에게 아무리 중요한 사람이라고 해도 타인은 타인일 뿐이다. 그들의 기준은 세상의 주관적인 기준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아니다. 나의 부모님이 절대 수용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다른 누군가는 문제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모습을 함께 마주한다. 그리고 이런 목소리를 듣는다.
"제가 밝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에게 짐만 될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저와 시간을 보내줄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수치스러울까 봐, 죄책감을 느끼게 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마음을 만난다. 내담자는 상담자에게도 이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같은 두려움이 올라오는 순간, 상담자는 내담자가 예상하는 이전의 오래된 방식과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저에게는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라는 메시지를 온 마음을 다해 전한다.
찰나에 지나가는 이 순간이 나비효과처럼 변화를 이끌어낸다. 내담자는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자신을 대하게 된다. 중요한 타인에게 받던 영향과도 건강한 거리를 두게 된다. 비로소 두려움에 쓰던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상담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항상 연락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치유를 선물한다. 내가 나로 살면서도 마음이 불안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래서 소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