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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숨겨진 용기 (2)

by 일상온도

두려움이라는 문 앞에서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한다. 나아갈 것인가, 멈출 것인가. 해볼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그 문 앞에 설 때마다 우리는 한 가지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두려움. 나는 그 감정을 무척 자주 느끼며 살아왔다. 말 한마디 꺼내는 것도, 새로운 도전을 앞두는 것도, 익숙한 무언가를 떠나는 것도 모두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종종 용기를 거창한 것으로 생각한다. 전혀 무섭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진짜 용기는 그런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나에게 있어 용기란, 떨리는 마음을 안고서도 한 걸음을 내딛는 일이다. 손끝이 차가워지도록 긴장하면서도 결국 입을 여는 일,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도 시도하는 일이다.



나도 몰랐던 나의 용기


내가 처음 내 안의 용기를 본 건 아주 평범한 순간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했던 어느 날, 나는 손에 쥔 종이를 땀으로 적시며 떨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끝내 그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완벽하지 않았고, 중간에 말을 더듬었지만, 끝까지 말했다. 발표가 끝난 뒤, 나는 작은 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나, 해냈구나.”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용기란 특별한 날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구나. 아주 작은 결심, 아주 사소한 행동 속에도 용기가 있다는 것을. 사람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하는 일, 거절당할 걸 알면서도 고백하는 일, 내 감정을 솔직히 말하는 일. 그런 모든 장면 속에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용기를 꺼내 쓰고 있었다.



두려움이 있어야 용기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용기는 두려움이 없을 때가 아니라 두려움이 있을 때 나온다는 사실이다. 두려움 없는 용기는 그냥 무모함에 가깝다. 우리가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하거나, 소중히 여길 때일수록 더 무섭고, 그래서 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이제 안다. 가슴이 뛰는 그 감정, 손끝이 떨리는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용기를 꺼낼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라는 것을.


살면서 우리는 숱한 순간에 주저하고, 멈추고, 돌아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우리는 분명히 ‘용기’라는 단어를 품고 살아간다. 실패를 경험하고도 다시 시작하는 것, 상처받고도 다시 마음을 여는 것, 사랑하고도 떠나보내는 것. 그 모든 선택이야말로 우리 안의 용기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내 안에 있다는 믿음


요즘 나는 나 자신을 향해 자주 묻는다. “넌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니?” 예전 같으면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나는 매일 용기를 내며 살아간다는 것을.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단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내가 내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면, 그 자체가 용기의 증거라고 믿는다.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작지만 강한 불씨 하나쯤은 지니고 있다. 그것은 아주 위태로워 보이기도 하고, 때론 거의 꺼져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이 오면, 그 불씨는 분명히 타오른다. 우리의 발걸음을, 말 한마디를, 손을 내미는 그 순간을 이끌어준다. 나는 그 불씨를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용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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