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아니, 사진을 시작하고 해외를 나온 건 처음이었다. 비록 그곳이 바로 옆 나라일지라도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사실 이번 여행은 계획에 없었다. 최근 1년 동안 과도한 업무량으로 휴가를 다 쓰지 못했고 휴가 좀 쓰라는 말에 무작정 비행기 표부터 샀다. 표를 샀을 땐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이어서 당연히 제대로 된 계획조차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많이 알아보고 떠났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여유까지 없었다. 그래서 이런 계획이 없는 여행이 기대가 되기도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가 떠났던 여행지는 일본이었다. 사실 유럽을 가고 싶었지만 환율도 그렇고 명절까지 껴 있어 비행기 표가 너무 비쌌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일본을 여행하기로 했다. 계획이 없는 내게 조금은 쉽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쉽게 선택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만만하게 봤던 걸지도 모르겠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수많은 기차들, 익숙한 듯 그렇지 않은 낯선 문화들, 또 예상치 못한 날씨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순탄하지 만은 않았던 것 같다.
일본은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사진을 시작하고 처음 가는 여행인지라 외국의 풍경들을 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일정은 도시보다는 대부분 도심의 근교나 지방에 있는 관광지들이 많았다. 후지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가와구치코, 슬램덩크의 성지 가마쿠라 에노시마, 온천을 즐기기 좋은 하코네, 일본의 겨울왕국인 다카야마와 시라카와고, 1000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교토까지. 오늘부터 여행했을 당시의 기억들을 더듬으며 내가 바라본 시선과 이야기를 소소하게 써보려 한다. 이 이야기들이 앞으로 일본으로 떠날 계획이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