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교토를 방문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사실 이번 여행 코스를 도쿄 in 오사카 out으로 잡았던 것도 다시 한번 교토를 가보고 싶어서였다. 전의 기억이 너무 좋았다기보다는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교토의 모습이 궁금했다.
사진 속 장소는 금각사로 교토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법한 명소 중 하나이다. 그곳은 일본식 정원과 금으로 칠해진 절로 유명했는데 덕분에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전에 여행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곳은 크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장소였다.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일본식 정원과 단순히 금으로 칠해진 절은 내 발걸음을 움직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아서였다. 또 거리도 그렇게 가까운 편도 아니어서 시간을 들여 다녀오는 게 꺼려졌다. 그럼에도 이번에 이곳을 다녀온 이유는 눈 때문이었다. 당시 눈 내리는 날 금각사는 평소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이번이 아니면 눈 내릴 때의 금각사를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큰마음을 먹고 다녀왔다. 마침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었고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 속에서 혼자서만 번쩍거리는 금각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기까지 온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오히려 다음번에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에서 2박 3일 동안 후시미 이나리 신사, 기요미즈데라, 니조성 등 여러 장소들을 다녀왔지만 유독 끊임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바라본 이 장면만큼은 아직까지도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이 사진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으로 그때의 감정을 온전히 전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이 사진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이 순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