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세요
버스 기사가 같은 말을 반복한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버스에 오를 때마다
기사는 입이 아프지도 않나 보다.
아무리 같은 말을 반복해도
어르신들은 버스가 서기 전에 일어선다.
“어르신, 움직이지 마세요!”
기사는 더 큰 소리를 낸다.
버스가 서기 전에 움직이면 넘어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기계음 같은 목소리를 내는 거겠지.
같은 버스를 10년 넘게 타고 다녔지만,
요즘처럼 기사들이 예민할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버스 노선에 따라 버스 승객의 나이가 다르다.
대학교 앞은 젊은이가 많고 구심은 노인이 많다.
언제부턴가 버스는 승객을 태우고 바로 출발하지 않는다.
승객이 의자에 앉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바쁜 출퇴근 시간 1분 1초가 아까울 텐데 말이다.
버스 기사가 친절해졌다는 건 아닐 테고
그만큼 노인 인구가 많아졌다는 거겠지.
물론 친절한 버스 기사도 많다.
버스에 따라 버스가 평안할 때가 있고 엄청나게 흔들릴 때가 있다.
버스 기사 때문일까.
처음에는 버스 아저씨의 브레이크 밟는 습관 때문이라고
마음속으로 욕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생각이 든다.
노인이 많이 타는 버스 노선과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는 버스 노선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노인 승객은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혹시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은가.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고 자리에 앉아야 출발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는 곳은
버스 기사도 조금은 안심이 되지 않을까.
아무튼 오늘 탄 버스 기사님은 정류장마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목소리는 습관처럼 하는 말 같았다.
영혼 없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