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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덤벙돈벙 Jan 01. 2024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보호자의 일기 172 - 7월의 마무리

2023년 7월 24일 월요일


 요즘 들어 동생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있자면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어서 적잖이 당황한다. 밥을 먹다 동생을 놀릴 심산으로 입을 벌리면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한다.


동생: “나한테 더러운 거 가르치지 마.”

누나: “내가 뭘 했다고 그래”

동생: “내 앞에서 더러운 거 하잖아.”

누나: “깨끗하거든”

동생:“안 깨끗하거든”


 서로 말로 지지 않으려고 팽팽하게 맞서다 동생이 대뜸 이런 말을 한다.


동생: “나 이겨 먹어서 뭐 하게”

누나: “신나잖아.”

동생: “꼭 그런 방법으로 신나야겠냐?”

누나: “응 계속 놀려도 돼?”

동생: “안돼.”

누나: “왜 “

동생: “속상해”


 불쌍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하는 동생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놀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니 그제야 만족한 듯 웃어 보인다.


그 후 아무런 큰 사건 없이 금요일이 되었다. 새벽부터 시작된 앞자리의 소음으로 잠을 설쳤다. 요즘 할아버지가 새벽 5시쯤부터 아침까지 심하게 앓는 소리를 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결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저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재활 시간표도 변경이 되었고 비어있는 시간에는 동생과 함께 바깥으로 산책을 나갔다. 나갔다 하면 한 20분 정도는 돌고 병원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최근 들어 병실 내에서 코로나 환자들이 한 명씩 발생을 하여 다들 긴장을 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데 아직까지 우리 병실은 안전한 듯하다.


 저녁에는 동생 친구 2명이 면회를 온다고 해서 면회실로 향했다. 내려가봤더니 친구 어머니도 면회를 오셔서 살짝 당황을 했다. 알고 보니 동생이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자주 본 적이 있어서 소식을 듣고 한번 찾아와 봐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아들을 따라 왔다며 동생과 나눠 먹으라며 롤케이크와 음료수를 손에 쥐어주셨다.

 친구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하라고 자리를 비켜주고 동생이 면회를 하는 동안 나는 옥상에 올라가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생각이 많아지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요동친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데 병원 안에는 어딜 가도 사람들이 존재한다.


 갑갑한 기분을 환기하러 올라간 옥상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상쾌하다. 그렇게 한 바퀴, 두 바퀴 돌다 보니 옥상에서 1시간 정도 걸었다. 마음에 드는 시간과 공간을 발견한 것 같다. 저녁 7시쯤이라 사람도 없고 혼자 있을 수 있다. 간혹 빨래를 걷으러 오고 가는 사람들은 있지만 잠시 머무르다 갈 뿐이다.


 회색 빛깔 콘크리트 바닥에 연두색 철조망이 사방으로 세워져 있고 거대한 실외기가 놓여 있는 삭막하고도 볼품없는 옥상이긴 하지만 하늘과 달이 예뻐서인지 기분 전환이 됐다.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생긴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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