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회복의 출발점

by 덤벙돈벙

벌써 2026년이 되었고 2월을 달려간다.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크게 화려하지도 찬란하지도 않은 서른을 맞이했다.

잘 버티는 삶이 뭘까.

모두들 나보고 잘 버틴다고 한다. 맷집이 강해서 그런가.


사실은 하루에도 수십 번 휘청거리며 부러질 듯 말 듯 흔들리며 버티는데

아직 완전하게 나아진 것도 없이 엉망진창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말이다.

솔직히 잘 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했을 땐 멀쩡해 보이고 일상을 건강하게 유지하려 노력하는 게 잘 버티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한테 하는 그 잘 버텼다는 말이 크게 와닿진 않았다.


한날 나에게 할머니가 젊음이 아직 한창이라며 새싹 같다는 말을 한 적이다.

그 말에 장난 섞인 어투로 인생이 너무 길다며 지겹다고 말했더니

아직 창창한데 젊은 애가 무슨 그런 소리를 하냐고 입에도 담지 말라고 했다.


가볍게 넘긴 그 대화가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아직 젊으니깐 괜찮다는 말은 수없이 스스로에게 해오던 말이라 상처로 들어오진 않았다.

조용히 웃어넘겼지만 사실은 지겹다고 내뱉는 순간 울컥한 감정이 올라왔었다.

사는 게 지겹다. 그동안 살면서 절대 허락하지 않은 말이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다. 정직해지고 싶다.

지겹다는 그 말이 살기 싫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앞으로 이 방식으로 더는 못 살겠다는 말이다. 더 이상 악착같이 버티기만 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몸과 마음이 말해준다. 이제는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지 말라고 말이다.

너무 오랫동안 울면서 버텨온 게 화근이었나. 나를 지키지 못하고 방치한 대가가 참으로 쓰리다.

그동안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내가 남보다도 나의 편이 되어 주지 못했다.


남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게 서러우면서도 상처받지 않으려고 강한 척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왔더니 진짜 강한 줄 안다.

그런데 강하다고 해서 막 대해도 되는 건 아닌데 말이다.

돌멩이도 딱딱한 바닥에 떨어트리면 상처가 난다.


그러니 사람들은 저마다 상처를 안으로 밀어 넣으며 산다.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봐 말하지 않고 인정받고 싶었다가 더 초라해질까 봐

상처를 받느니 차라리 먼저 무감해지는 쪽을 택한다.

그건 약해서가 아니라 다치지 않기 위해 마지막 방어를 하는 거다.


아무도 안 볼 때 혼자 붙잡고 있던 마음들과 버티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쓴 밤들이 모여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제는 상처받으면서까지 안 버틸래.

조용히 견뎌오느라 고생한 나에게 이제는 등 돌리지 않을 거다. 진짜 내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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