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속 세상
낮잠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잠을 자버렸어 방을 치우긴 했는데 티가 안 나서 힘이 빠져
꿈을 꿨는데 굉장히 낯선 나라였던 것 같아 음 어쩌면 캐나다랑 비슷하겠다 처음 보는 집인데 내가 살고 있는 곳인 것 같아2층짜리 주택이었는데 현관문이랑 창문이 막 열려 있어 여자 혼자 사는 데 저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도둑 걱정은 딱히 없어 보이네 꿈이라 그런지 개연성은 약간 떨어지는 것 같아 갑자기 단 게 당겨서 슈퍼를 가야 하는데 꼼짝을 못 하고 있어
알람을 맞춰 놓고 조금만 더를 하다가 몇 시간을 더 잤을까 일어나야 하는 걸 알면서 미루다 보니 자꾸 잠을 설치는 것 같아 꿈속에서 단 게 너무 먹고 싶어서 사러 가려고 일어나는데 꿈에서 강제로 깨어났어 약간 어안이 벙벙하다가 편의점을 가야 하나 순간 생각했어
근데 현실에서는 단 게 별로 안 당기네 꿈에서는 왜 그렇게 군것질을 하고 싶었던 거지?
내가 멈춰 있는 순간을 잘 견뎌야 하는데 내 페이스를 찾아서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다른 사람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면 같은 시간이 주워졌을 그동안 나는 참 헛짓을 하고 살았구나 하고 움츠러들게 돼 알아 나도 헛되이 보내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그런데도 그냥 그런 기분이야 남들은 치고 나가는데 나는 뭐 하고 있나 싶고 물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것도 알아 그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수많은 땀과 시간이 들어갔겠지
한순간의 성공이 아니라 꾸준한 시도 끝에 나온 결과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못난 마음이 든다
발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질투가 나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모습이 한심한 걸까 그냥 그들이 생기 있고 빛이 나 보여서 그런가 나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사실은 내가 성과를 쫓으며 살던 사람이라서 지금 내 모습에 만족을 못하는 거야 한때는 나도 저랬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득히 멀어진 것만 같아
아직도 달려가는 모습이 경의로우면서도 철퍼덕 바닥에 주저앉아서 아직도 절뚝이는 내 모습이 초라한 거야 분명히 옆에 새 날개가 놓여 있는데도 그저 한 없이 꺾여버린 날개만 보면서 날아오를 생각은 안 하고 있잖아 그래서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그런데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나는 그저 새로운 날개를 가꾸고 정비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때로는 그 새로운 날개로 바꾸어가는 과정이 버겁고 지치기도 해 날개를 바꿔다는 시간 속에서 다시 날아다닐 체력도 회복해야 훗날 새 날개를 폈을 때 금방 지치지 않고 더 높이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때로는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정까지 깊이 느껴버려서 허우적거릴 때가 있어 그때는 세상에 비관론자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심연으로 빠져버리거든
깊이 파놓은 구덩이 안에서도 위를 올려다보며 내가 벌써 이만큼이나 땅굴을 파고 있었네 자각을 하는 순간이 있어 내 눈앞에 놓인 건 사다리 같은 게 아니야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이런 게 있었으면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그건 그냥 과잉감정이겠지 그것들 대신 보이는 건 잡고 올라갈 수 있는 굵은 밧줄 하나 달랑 놓여있어 다행히 잡고 올라가도 안 끊어질 것같이 튼튼해 보이기는 한다 그거 하나 잡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내 몸을 겨우 끌어올려놔 내려가는 건 쉬운데 올라오는 건 진짜 왜 이렇게 어렵냐 두 번 다시는 저 끝까지는 안 내려간다 마음먹게 될 걸 아님 말고. 뭐 살면서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다시 땅굴로 내려가는 일이 생기겠지
그래도 밧줄을 잡고 다시 올라갈 걸 생각하면 너무 아득해서 예전보다는 적당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게 될 거야
글 쓰는 거 솔직히 귀찮아 그런데 안 귀찮아질 때가 있어 바로 지금 이 순간 같은 경우랄까 내가 땅굴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지나친 생각이 내 몸을 지배해 버려서 글이라도 써야 쌓인 감정과 생각이 분출이 되는 것 같아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는 생각들을 꺼내기만 하면 되니깐 글이 그냥 술술 써져 읽는 사람은 힘들지 몰라도 말이지 그래서 나는 언제쯤 밖으로 나갈까 중간쯤은 온 것 같은데 아직도 멀었다고 느껴져 그래도 배운 건 있네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나를 찾아가는 것 같아
생각해 보니깐 제일 큰 걸 얻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괜찮아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