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감각 속에서 인간이 무너지지 않기 위한 조건
이제 우리는 다가올 AI 시대에,
인간의 감각기관이 거의 무한에 가깝게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AI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
인간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던 영역까지 경험 가능하게 하며
인간의 효율성과 효능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나는 통증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만성 통증 환자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이질통, 환지통과 같은 감각기관의 오류,
즉 우리 몸이 보내는 잘못된 정보와
일종의 할루시네이션 현상을 수없이 관찰해 왔다.
이러한 왜곡된 감각이 중추화되면서
실체 없는 통증에 잠식되어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AI 역시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정보의 공백이 생길 때,
AI는 그 빈자리를 견디지 못하고
서술을 생성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특성을 생각해 보면,
다가올 시대에는
환시·환청·환각과 유사한 과잉 자극이
무한에 가깝게 우리에게 쏟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감각의 홍수 속에서
우리를 중심에 서 있게 하고
무너지지 않게 해 줄 유일한 장치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의식(consciousness)’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은
흩어진 감각 자극들을 통합하고,
그 안에서 패턴을 찾아내며,
하나의 내레이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리의 관찰이 섬세하고 영민할수록,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서사의 구조가 단단할수록
의식은 감각의 할루시네이션에
쉽게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감각을 단순히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감각들 사이에서
패턴을 읽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결국,
감각의 홍수 속에서 나를 살려내는 것은
나만의 서사 구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