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에너지 낙차를 유지하는 구조

미토콘드리아에서 의식과 서사까지

by Intimate distance

미토콘드리아를 수력발전소에 비유하자면,

양성자 낙차는 물의 높이 차이고

ATP synthase는 그 낙차로 회전하는 물레다.


낙차가 해소되며 에너지가 생성되고,

사용을 마친 전자는 산소와 결합해

물로 전환되어 배출된다.

이 흐름 전체가 우리가 숨을 쉰다고 부르는 과정이다.


이 낙차를 다시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포도당이라는 외부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포도당은 저절로 낙차가 되지 않는다.

그 에너지를 어디에, 얼마나, 언제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상위의 조율 장치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신경계다.

신경계는 환경의 신호를 통합하고,

몸을 움직이게 하며,

에너지가 향해야 할 방향을 끊임없이 조정한다.


이 연결의 흔적이 기억으로 남고,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며,

가능한 행동들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과정

그것이 우리가 ‘의식(consciousness)’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 즉 서사가 등장한다.


서사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낙차로 유지되도록 하는 구조다.

무작위로 흩어질 수 있는 에너지의 흐름을 묶고,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며,

하나의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제방이자 수로다.


서사가 없는 에너지는

즉각적으로 방출되고 소진되지만,

서사가 있는 에너지는

미래를 향해 저장되고 운반된다.


그래서 인간에게 서사는

의미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효율의 문제이며,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고차원의 생물학적 장치다.

작가의 이전글할루시네이션의 시대, 의식이라는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