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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Dec 06. 2019

관심이라는 이름의 폭력

'좋은 의도'는 누구에게 좋은 걸까

앞서는 솔직하다는 이름을 내세워 그를 빌미로 무례하게 구는 것을 살펴보았는데, 이번에는 관심이라는 감정을 내세워 무례하게 구는 것이 대해 살펴보겠다. 사실은 무례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을 쓰고 진짜


한국말로 '관심'이 있다,는 말은 대략 두가지로 쓰인다.

실제로 뭔가에 관심이 있다, 흥미가 있다 be interested in, 그리고 누군가가 좋거나 친해지고 싶어도want to get close/make friends with 관심이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케어'라는 말이 피부에서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케어라는 개념이 전혀 없어서 차용어를 쓸 수 밖에 없다기 보다는 care라는 말의 광범위한 뜻을 아마 감지했겠지 싶다. care 도, skin care, child care 에서처럼 '보살피다''마음 쓰다'는 뜻도, I don't care 에서처럼 '관심있다'는 뜻도 있는 단어라서.


(*보통 오뜨꾸뜨르니 오마쥬, 오브제, 등 뭔가 있어(?)보이고자 하는 pretentious 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문 모를 단어들에 거부감을 느끼고 외래어 사용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영어의 대부분은 이민자들이 가지고 온 여러나라의 차용어로 이루어져 있거니와, 언어는 국경을 넘나들며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모국어든 외국어든 남용 오용이라고 쓰고 무슨 근사한 말을   들으면 다들 그냥 뭔지도 모르는  말이 낡아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쓴다는  문제지 외래어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약 좋다고 오용말고 외래어 좋다고 남용말자.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응?))


아무튼, 너무 이웃에 관심이 없어서 이웃에 무슨일 나도 모르는 각박한 사회 운운, 하는 기사가 터질 때마다 혀를 끌끌 차는 우리도, 지나갈 때마다 호구조사에 들어가는 귀찮은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느니 독거사해서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라는 생각을 해볼 수 밖에 없다.

관심이 지나치면 호기심curiosity, 그를 넘어서면 오지랍/치마폭이 열두폭nosy가 되니까.


curiosity killed the cat 의역: 호기심 많으면 다친다(요즘 세상에서 냥이 죽는 얘기를 하기는 정말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아무튼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 사건 처럼 내가 만든 말도 아니니까 부디 나를 미워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curiosity라는 말 자체는 물론 나쁜 말이 아니다. 화성탐사 무인 로봇의 이름이기도 한 curiosity가 있어야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거니와, 지적발달에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남의 일에 지나친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nosy는 nose 코에서 온 말로 글자 그대로 아무대나 코를 들이미는 모양에서 나왔다. 거짓말을 해서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말이다.


내가 누누히 미국인들은 남의 일에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건 이들의 일반적인 사생활 존중 의식을 반영하는 예의 바르고자하는 '행동'을 말하는 것이고 인간의 기본 성향은 사실 오지랍이 맞다.

미국인들도 누가 이웃에 이사를 오면, 적어도 누가 왔는지 커튼 뒤에 숨어서 내다보고, 나아가 괜히 달아터진 쿠키 같은 것을 구워 house warming 명목 gift 로 들고 오기도 한다. 친하게 지내고자 friendly 하는 고귀한 열망도 이해하지만 그 뒤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느 수준의 살림을 가지고 살러 왔는지 호기심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더구나 의식적으로 남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러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겠다leave her/him alone,는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

혹시, 그래도, 뭔가, 정말, 내가 인생 선배로서 한 수 가르쳐 주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신다면, 그대가 지난 주에, '아 나 이거 먹으면 안되는데', 하면서 먹은 것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이렇게 한 것들을 떠올려 보시라.

본인이 꼰대인 줄 알면 꼰대가 되겠는가.


한국은 워낙 인구밀도가 높아서, 툭툭 치고 지나가거나 가까이 붙어서는 것을 극심히 싫어해서는 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기도 하고, 자리를 띄워서 줄을 서면 새치기cutting lines를 하는 사람도 많기도 하지만, 서양에 비해 기본적으로 한국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개인 영역/공간이 작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참견도 잘하고, 앞서 말했듯이 무례하기도 쉽다. 인간관계가 좀 끈적거리는 편이다. 장단점이 있다

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지만 사실 단점이 더 많다. 가족끼리도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키는 편이 좋다고 믿는다.

물론, 위에 말했듯이 인간의 속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미국 사람이라고 새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새치기도 하고 얌체처럼 차선 끼어들기도 한다. 그저 빈도를 얘기하는 것이다.(강조)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속을 알 수 없거나 은근히 떠보고 찔러보는 것도 폐단이 있지만, 그래도 노골적으로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에게 너는 어느 학교 다니니, 결혼은 했니 하고 물어대는 것도 별로 칭찬할만한 행동은 아니다.

가끔 일본인들에 대해서도 그렇고,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데, 속이야 어떻든 겉으로'라도' 친절한 것이 무례한 것보다는 낫지 않나하는 개인의견을 가지고 있다. 나 없는 곳에서의 행동의 염려된다면, 앞에서 무례한 사람이 뒷말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일껏 내 기분을 상하게 하고 나서 다른 곳에 가서 나를 좋게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란 설정값도 상상하기 힘들다.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취미가 뭐냐, 좋아하는 색깔이 뭐냐, 이것저것 묻는 asking questions을 넘어, 사적인 것을 캐묻는 것에는 dig into, prod을 쓰겠다. 순수하게 쓰면 '판다', '찌르다'는 뜻인데 은유로 뭔가를 캐는 것에도 많이 쓰이는 말이다.

여기서, 아 사람을 뭘로 보고 이런 걸 영어로 적어주나 하시는 분들 계실텐데, 질문asking questions는 한 단어처럼 쓰이는 말이다. 모임같은 것에 대해, '거기서 뭐해?' 하고 물었을 때, '있잖아. 그냥 얘기 해. 질문도 주고 받고', 이렇게 대답하고 싶으면, You know,  talking, asking questions. 하고 답하면 되는 식이다.

(*참고로 한국인들은 전화를 하거나 학교에서도 말 머리에, '뭐 좀 물어볼게요',이런 식으로 I'd like to ask questions라고 말하기를 좋아하는데, 영어로 하면 그런 말은 필요없다는 것도 알아두자. Hey, Hello, Hi, how are you, 하고 바로 용건으로 들어간다. 특히 이메일 제목에 내용없이 'questions' 라고 하는 것에 불평하는 사람들 얘기도 많이 들었으니 제목은 실제 용건을 달도록 하자.)


최근 연예인 악플로 인한 불행한 사건들도 있었지만, 신상을 턴다/깐다,는 문제도 심각한데, 이것은 영어로

doxing이라고 한다. 문서 파일 docx에서 나온 말이다. 신상을 턴다는 기준이 모호해지는 부분이,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람이나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의 정보를 캐내는 것은 괜찮고 ‘선량한’ 사람은 건드리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니, 일단 온라인에 올리는 정보를 본인이 조심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는 조심스런 의견이 있다. 짧은 치마를 입은게 추행의 핑계는 절대절대절대 안되지만, 분명 ‘올리지 않아도 되는’ 개인 사진이나 정보를 올릴 때는 보는 사람 중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옛날에는 대문 앞에 이름과 주소를 번듯하게 다는 게 자랑이었늩데 다들 ‘착하다고’생각히면 까짓 주민번호는 흘리면 왜 안되겠는가.


호기심 중에서도 특히 뭔가 해꼬지를 하려하고나 잘못되기를 바라면서 상대방의 구린 것(?), 안 좋았던 과거(??) 같은 것을 캐려고 하는 것을 morbid curiosity라고 한다.

친해보겠다며, 오빠랑 손 크기 재볼까, 멍멍이 수작까지 안 가더라도 그렇게 깊게 파고 드는 것은 관심을 넘어 명백한 사생활 침해 intrusion, invasion of privacy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렇게 귀찮게 구는 것이 아니라 it takes time and energy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시간과 노력도 들이지 않고 단 시간내에 결과(?!)를 내려고 하니까 인간관계, 연애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인간관계는 함께 하는 여행처럼 서로 돕고 이해하며 서로를 서서히 발견discovery해나가는 과정 이어야 한다. (참고로  법률 용어로의 discovery process는 재판 전 사실확인과정인데 이런 말은 평생 몰라도 되기를 바란다.)

물론, 애초에 같이 여행하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같이 하자고 해서도 안되겠지만.


내 마음대로 상대방 마음이 돌아가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사실 마음이 곗돈 부은 것도 아니고 만약 그렇다면 내 마음 상대방 마음 구분도 없을 것이다. 사람이 싫을 때는 '그냥' 싫은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그냥'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다는 게 문제다.

잘 보이려 한다고 무조건 내 생각에 좋다는 것을 해 주려고 하기 보다 '싫다는 것을 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 아재개그도, 깜짝쇼도, 억지 선물도, 심지어 외모 칭찬도 싫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의도인데 왜 사람 마음을 몰라주냐고 아우성인 분들은 이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지옥에는 '좋은 의도'로 깔린 포장도로가 있다.


싫다면 관심같지 말고 내비도.

싫다잖아.



무례하게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은 또한 늘 쑥덕공론으로 남을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기 쉽다.

왕따시키는 게bully 가 학생들 때로 끝나지 않고 직장생활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지금은 기정사실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지만 사실 한심하게도 어른들도 별로 다르지가 않은 것이다.

앞서 살펴 본 솔직하다면서 무례한 사람들, 그리고 관심을 가진다는 명목으로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람들로 걱정도 많은 세상에서 '네 편이 되어줄게'는 말은 참으로 다정하고 따사롭고 든든한 말이다.

그러니 다음에는 '누군가의 편이 되어준다'는 것은 무슨 감정일지 생각해보자.

편이 된다는 말은 말이 그렇지 청군백군 모자쓰고 실제로 편 먹자는 행동이 아니고 '감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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