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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월드의 인공 근육 로봇,
현실화되나?

'클론 알파'가 성공한다면 로봇 개발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by 이성주

| 20250222


이 칼럼의 타이틀 사진은 SF의 한 장면이 아니다. 클론 로보틱스가 개발하고 있는 휴머노이드다. SF처럼 보이는 이유가 있다. 유명한 시리즈물인 웨스트월드(West World)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반복적으로 봤던 휴머노이드 로봇과 거의 똑같다. 2016년 10월부터 HBO에서 방영한 시리즈물 '웨스트 월드'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테마파크 '웨스트 월드'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이곳은 인간들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휴머노이드들로 미국 서부시대를 재현해 놓은 세상이다.


다운로드.jfif 웨스트 월드


휴머노이드와 관련해 이 시리즈물이 묘사한 핵심적인 특징은 인간의 뼈와 동일한 뼈대에, 특수 섬유로 만들어진 인공근육을 직조하듯 붙여 외관도 작동 방식도 사람과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클론 로보틱스(Clone Robotics)라는 회사가 완전히 똑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손에 관한 한 부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x1.PNG https://clonerobotics.com/hand


이 회사의 설명을 인용하면 클론 로보틱스는 지난 "8년간의 집중적인 연구 개발 끝에 클론은 인간의 뛰어난 동물 지능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충실한 대립 엄지손가락을 가진 인간 수준의 손을 만들었다."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손에서 상반신으로, 다시 전체 몸으로 실험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https://youtu.be/5mSE6Tkhy4g?si=vZBW8ETtaDxLPpdy


클론 로보틱스의 가장 큰 기술적 차별점은 전통적인 전기 모터 방식이 아니라, 생체의 근육을 모방한 ‘마이오파이버(Myofiber)’ 인공 근육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회사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마이오파이버는 기존의 전자기 기반 액추에이터보다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며, 3g 근육 섬유가 1kg 이상의 수축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또, 반응 속도는 50ms 이내로 매우 빠르며, 실제 포유류 근육과 유사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https://republic.com/clone


이 회사가 최근에 공개한 동영상은 실험이 전신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클론 로보틱스 설명에 따르면 클론 알파는 인간과 동일한 206개의 뼈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일부는 자연적인 골융합을 반영해 더욱 현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한다. 특히, 어깨 관절의 20도 자유도, 척추의 6도 자유도, 손목과 팔꿈치를 포함한 상체 164개의 자유도를 갖춰, 인간과 유사한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하다.


또한 클론 알파가 단순한 기계적 구조를 넘어, 인간의 신경 시스템과 유사한 방식으로 동작한다고 소개한다. 즉, 두개골에는 4개의 깊이 카메라가 장착되어 시각 데이터를 처리하며, 70개의 관성 센서는 각 관절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320개의 압력 센서를 통해 각 근육의 힘과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NVIDIA Jetson Thor GPU에서 처리되며, 클론 로보틱스의 사이버넷(Cybernet)이라는 AI 모델을 통해 로봇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조정된다고 밝혔다. 0

https://www.youtube.com/watch?v=H7dhwFcuUn0


이 동영상에서 로봇은 그저 꿈틀거리기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로봇 개발 동향을 보면 첫 움직임이 중요한 게 아니다. 로봇의 동작을 사람이 알고리즘으로 짜서 처음부터 입력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로봇이 자신의 몸을 가지고 실제의 공간에서 움직여보고 걸어보고 직접 학습을 해서 나중에는 보통의 사람도 하기 어려운 기계체조 동작까지 하는 방식이다. AI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클론 로보틱스가 완전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이 동영상을 공개하는 이유가 있다. 개발엔 자금과 인력이 필요한 만큼 광고효과를 노린 것 같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 첫 화면을 통해서 딱 279대를 초도생산 할 것이니, 미리 예약하라고 제안한다.


x2.PNG https://clonerobotics.com/


클론 로보틱스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마이오파이버(Myofiber)’ 인공 근육 시스템과 관련해, 홈페이지 외에 다른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이 인공 근육 시스템 시연 영상이 '투자 사기'를 염두에 둔 가짜가 아니라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시도가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 번째 현대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회사 설립 이후 오랫동안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를 '유압 액츄에이터'로 작동시켰다. 유압 엑츄에이터로 공중제비를 도는 것과 같은 날렵한 동작을 소화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인공 근육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두 번째, 인공 근육 기술은 이 클론 로보틱스만 개발하고 있는 게 아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MPI-IS) 공동 연구팀은 전기 자극을 이용한 인공 전기 근육 시스템을 개발하여, 전통적인 전기 모터 기반 기술보다 더욱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훈의 교수 연구팀은 최대 2,700배까지 강성을 조절할 수 있는 소프트 인공 근육을 개발해, 자동차의 하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로봇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김상욱 교수 연구팀은 인간 근육을 모방한 새로운 구조의 인공 근육을 개발해, 2023년 10대 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앞서 필자는 유압 액츄에이터에서 전기 모터 엑츄에이터로, 라이다를 통한 공간 인식에서 시각 센서를 이용한 인식으로, 알고리즘에서 AI 학습으로 바뀐 것이 로봇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정리한 바 있다. 그런데 만약 클론 로보틱스의 시도가 그들의 말처럼 성공을 거둔다면 그 결과 또한 혁명적일 것이다.


지난 2025년 2월 5일 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 피규어AI(Figure AI)가 BMW 등 글로벌 기업 2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4년 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10만 대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BMW 외 다른 기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의 CEO인 브렛 애드콕(Brett Adcock)은 계약 사실을 발표하고, 이를 계기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비약적인 도약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동영상 하나를 새로 공개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3yQHYNXPws


동영상에서는 로봇 두 대가 서로 협력해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AI 모델(Helix)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 제조사는 5가지 발전이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Helix는 인간의 음성 명령만으로도 빠르게 학습하며, 복잡한 작업을 위한 사전 교육이나 수많은 데모가 필요 없다. 두 번째, 두 대 이상의 로봇이 서로 협력하여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세 번째, 200Hz의 고속 제어로 손가락 움직임까지 정밀하게 제어하며, 다양한 모양, 크기, 질감의 물체를 인식하고 조작할 수 있다. 네 번째, 7개의 단일 신경망으로 구성되어 있어 복잡성을 줄이고 학습의 확장성을 높였다. 다섯 번째, 저전력 GPU를 탑재하여 상용화가 가능하며,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실제 환경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은이은 | unyiun@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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