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우주위원회 차세대 발사체 개발 전략 전면 수정
한국이 차세대 우주 발사체 개발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일회용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를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 2월 25일 열린 제3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이런 계획이 확정됐다. 우주 개발의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변화'로 읽힌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전 세계 상업용 발사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스페이스X의 팰컨9과 같은 재사용 발사체 개발이 필수적”이라면서,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차세대 발사체를 보다 경제성 있는 형태로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 변경에 따라 기존 일회성 발사체 대신, 2030년대 중반 재사용 발사체 확보를 목표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차세대 발사체의 추진 연료로는 기존의 케로신(등유) 기반 엔진도 검토되지만 메탄 연료 엔진도 고려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스페이스X의 팰컨9은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하긴 하지만 세계적 추세가 메탄 연료로 바뀌는 상황이다. 스페이스X의 초대형 로켓인 스타쉽도 메탄을 연료로 쓴다. 메탄 연료는 침전물이 적다. 이 때문에 엔진을 여러 번 가동해도 고장이 날 가능성이 적다. 윤 청장은 “다수의 국가가 메탄 기반 발사체를 개발 중이며, 우리도 연료 선택에 있어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이 기존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진행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윤 청장은 “사업 변경이 확정되면 법적 검토를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속 주관할지, 다른 기업의 참여 기회를 열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우주항공청은 ▲해상도 10㎝급 초고해상도 위성 개발 ▲L4 태양권 우주관측소 구축 ▲궤도수송선 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하며, 장기적으로는 2040년 달 기지 건설과 2045년 화성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우주인 양성 계획 역시 중장기 계획에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향후 우주정거장 민영화 등의 환경 변화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은 윤 청장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 차세대발사체 사업 계획을 바꾼 계기는?
A :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은 우리나라 주력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첫 번째 목표는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것이다. 작년에 우주청이 문을 열고 ‘차세대발사체가 과연 경제성을 갖고 있는 발사체인가’라는 고민을 시작했다. 스페이스X의 팰컨9 같은 재사용발사체가 전 세계 상업용 발사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도 보다 경제성 있는 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 차세대발사체 계획 변경을 검토했다.”
Q : 차세대발사체를 재사용 발사체로 개발하는 건 확정됐나?
A : “우주청이 바라는 차세대발사체는 2032년 달 착륙선을 보내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경제성도 갖추는 것이다. 기존의 원안에서 1단의 추력을 늘리는 개선안이 하나의 방안으로 있고, 또 다른 방안이 재사용 발사체로 개발하는 방안이다. 추력을 늘리는 방안은 재사용이 아니라 일회성 발사체를 개발하는 방법이다. 우주청이 원하는 안은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하는 방안이고, 이 방향으로 변경안을 계획하고 있다. 계획대로 재사용 발사체 개발이 진행되면 2030년대 중반에는 우리도 재사용 발사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Q : 차세대발사체 엔진도 케로신에서 메탄 엔진으로 바꾸는 것인가?
A : “팰컨9은 재사용 발사체지만 케로신(등유) 연료 기반이다. 하지만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메탄 기반 발사체를 계획하고 있다. 메탄은 케로신과 달리 침전물이 적어서 재사용에 적합한 연료다. 고도의 케로신 엔진 기술을 가진 국가들도 메탄으로 바꿔서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도 연료 면에서 케로신이 나을지, 메탄이 나을지 심도 있게 고민해서 결정할 계획이다.”
Q : 차세대발사체 계획이 바뀌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속 체계종합기업을 맡게 되나?
A : “국가우주위원회를 통과하면 정식으로 사업 자체의 변경 내용과 예산 규모를 고려한 행정 절차를 거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특정 평가를 거칠지,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재검토 과정을 거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행정 절차를 거쳐서 안이 확정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을 계속 맡을지, 아니면 원위치에서 다른 기업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할지 법적인 검토를 거쳐서 결정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우주청이 제안하는 변경안에 분명히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이번 사업 계획 변경이 차세대발사체 지적재산권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Q :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우주청은 어떻게 대비하나?
A : “미국의 지난 정부에서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사업이 중점적으로 추진됐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달보다는 화성에 먼저 가겠다는 계획 전환이 엿보인다. 그렇지만 미국도 달 탐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달을 기지화하고 화성으로 가는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본다. 우리 입장에서 화성 탐사를 같이 하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달 탐사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2032년에 달 착륙선을 보내고, 2040년 달 기지 건설을 바탕으로 2045년에 화성 착륙선을 보내는 중장기 탐사 계획은 변함없다. NASA와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히 공조를 이어가면서 아르테미스와 달 탐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Q : 우주인 양성 계획 수립이 이번 안건에 포함됐다. 제2 우주인 양성에 나서는가?
A : “2000년대 중반 우주인 배출 이후 제2 우주인 양성에 대한 국민적 바람이 있기 때문에 중장기 계획으로 우주인 양성과 유인 발사체 계획을 포함했다. 그렇지만 우주인 양성은 당장 추진할 계획은 아니다. 2030년대에 우주정거장이 민영화되고 우리가 모듈을 확보하면 그때 사람을 보내서 여러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런 확실한 목적이 생겼을 때 우주인 양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은이은 | unyiun@outl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