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한 도쿄 신주쿠 거리의 뒷골목, 바쁘고 지친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그곳이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여는 심야식당이다. 메뉴는 단촐하지만 손님이 원하는 건 가급적 만들어준다는게 주인인 '마스터'의 영업방침이고, 언제나 단골손님들과 새로이 찾아오는 사람들로 허전할 때가 없다.
식당이 한밤의 뒷골목에 자리잡은 때문인지 심야식당을 찾아오는 이들과 그들의 사연도 뒷골목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스트립걸, 게이, 야쿠자, 남편과 자식을 버린 과거를 안고 있는 촌로(村老), 상사와 불륜 중인 여자, 돈많은 남자의 미망인이 된 그의 세컨드 등. 환한 대낮의 세련된 장소에서라면 들을 수 없었을 것 같은 사람과 사연들이 심야식당의 어스름한 온기와 맛있는 음식을 타고 줄줄이 풀려나온다.
그들은 이곳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해 먹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누구나 하나씩은 잊을 수 없는 맛과 그에 같이 생각나는 미안하고 고맙고 그리운 사람이 있지 않을까. 요리에 얽힌 저마다의 추억이 있지만 그 추억이란 이제는 돌이킬 수 없기에 더욱 애잔한 기억들이다. 가슴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배불리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따뜻해진 위장과 마음으로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고 식당 문을 나선다.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즉각 만들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는 심야식당의 중심축인 마스터이다. 심야식당에 찾아오는 이들 중 많은 이는 어두운 뒷골목의 사람들이거나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터는 그들을 탓하는 일이 없다. 섣부른 해결책을 내놓는 일도 없다. 그저 요청 받은 음식을 만들어 내어주고 묵묵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담담히 잘가라고 인사할 뿐. 아마도 마스터는 쉽지 않은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일게다. 사람들은 모두가 각자의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그 사람은 그에 따른 고통 또한 힘겹게 견디고 있다는 것을, 타인의 삶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이쯤되면 도리어 궁금해지는 것은 마스터의 과거이다. 저 남자는 도대체 어떤 시간을 지나왔길래 저런 너른 품과 담담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는 것일까. 얼굴에 한쪽 눈을 크게 세로지른 칼자국으로 그의 과거를 어렴풋이 추정할 뿐이지만, 과거야 어찌됐든 이제 늘 같은 자리에 있는 마스터 덕분에 손님은 이곳에서 더이상 혼자가 아니게 된다. 마스터,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한 심야식당의 손님들이 귀 기울이고 함께 격려해 줌으로써 심야식당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선 웃음과 눈물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공동체가 되었기에.
심야식당이 전하는 것은 그래서, 음식과 사람을 통한 치유이자 모든 인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드라마 시즌 네 개와 영화 두 편을 통해 내내 같은 형식과 배우로 이 가치를 지켜내고 이야기해 온 <심야식당>은 어느 특정 회차나 시즌이랄 것 없이 '심야식당'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무언가에 저며들게 한다. 오늘도 쓸쓸한 인생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모든 인생들에게 변함없이 소박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면서.